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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네델란드 경제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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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네델란드 경제를 배워라

입력
200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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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유럽공동체(EU)의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나라다. 유명한 베네룩스 경제 공동체시장이 오늘의 EU 시장의 전신이며, 10여년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로 있으면서 1992년 유로화통화를 창설하는데 큰 공을 세운 뒤센버그씨가 유럽중앙은행의 총재를 맡고 있다.흔히 '폴더 모델'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국제경영 모델은 세계적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25년간 현지에서 무역을 하고 있는 필자는 네덜란드형 모델이 21세기 한국경제의 진로 모색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그 실체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로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튼튼한 시민의식과 신용사회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기차와 전철을 탈 경우 대부분 이용자가 알아서 요금을 지불한다.

가끔 기차안에서 검표원이 무작위로 승객의 표 소지여부를 확인할 뿐이다. 이러한 시민 상호간 신뢰와 정부, 기업 및 근로자간 신뢰가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 고통분담을 가능케 해 주기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이 어떤 경제모델을 추구하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과 사회기반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둘째는 정치와 경제적 문제를 분리하여 철저하게 국익과 실익을 우선하는 발상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역사적 관계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만큼이나 침략과 지배라는 단어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인들은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을 철저히 연구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맥주가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맥주로 자리잡았고, 네덜란드 치즈와 낙농제품, 그리고 채소와 꽃들이 독일시장을 거의 점령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을 옆에 둔 지금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셋째, 한국은 아시아 통합 경제시장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단일 통화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투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주도권을 일본과 중국에 주고나면 실익이 없어진다.

네덜란드인이 어떻게 유럽중앙은행의 초대 총재가 될 수 있었을까. 한국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베네룩스 경제 모델의 경험을 통해 남북한 공동 경제 모델을 정립하는 등 아시아 경제 통합 및 단일 통화 형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네덜란드는 다국적 기업의 본부가 가장 많이 위치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구걸하는 거지도 영어와 독일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화한 언어수준과 세제, 행정 등 외국기업 입주를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외국 자본을 유치한다.

한국은 영어는 물론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하여 다국적 기업과 외자 유치에 필요한 언어능력과 소양을 가진 인력을 과연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가. 아직도 권위주의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관료조직은 또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세계의 모든 공장이 네덜란드의 공장이요, 모든 나라가 네덜란드의 시장이라는 글로벌 경영의식이다.

네덜란드의 비즈니스맨들은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물건 만드는 나라에서 상품을 사서, 그 물건을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에 파는데 명수이다.

그들은 물 흐르듯 조성된 물류센터, 스키폴 공항, 로테르담 항구와 창고를 무기로 세계의 물류산업을 정복했다. 내 공장이 있어야만 수출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탈출해야 한다.

국가단위 경제 체제의 쇠퇴가 두드러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지구촌을 상대로 한 세계 경영만이 살길이다. 이런 의미에서 네덜란드는 최적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에서 한국이 아시아 통합시장의 가장 중요한 관건인 '아시아 통화'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하고 싶다.

박영신 네덜란드 보나미텍스 국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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