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 제언◆연세대 이혜경 교수
독거노인 문제는 가족해체, 장애인 취업난에 대한 관심은 고성장 시대의 종말, 가족노숙형태의 등장은 확대가족 개념의 소멸,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를 방증하는 사례다.
정부 공공부조의 확대와 함께 '휴먼웨어'(대면관계를 통한 직접적인 원조. 가까이 다가가 진단하고 개인적으로 깊숙이 개입하는 노동집약적 노력)가 필요하다.
◆서울대 최성재 교수
모든 것이 경제로 집중돼 금전적 가치 중심으로 환산되고 있으나 소외계층을 위해선 사회적 차원의 '비물질적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가정봉사원, 비상연락망 가동 등 국가적 서비스를 마련하고, 기업은 사회봉사차원에서 이들의 노동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화여대 강철희 교수
법에 근거한 정부의 노력은 일견 완고하고 신축적이지 못해 현재와 같이 속속 등장하는 신 소외계층에 대한 대응에 시차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 복지정책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사회안전망 더 촘촘하게
경제한파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이웃들의 딱한 사연이 시리즈로 다뤄진 이후 "노숙가장을 채용하겠다"는 등의 온정들이 답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외이웃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인 도움에 기댈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극빈 소외계층이 존재하는 한, 선진국 진입은 요원한 꿈"이라며 "소외이웃의 출발이 실업과 빈곤인 만큼 국가가 이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확고히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현재 1차적 안전망으로 실직자에게 실직전 봉급의 절반가량을 3~8개월 동안 실업급여로 지급하는 고용보험이 있고, 2차적 안전망으로는 정부가 무상으로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공공부조 방식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기초제)가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1ㆍ2차 안전망 사이에 뚫린 구멍.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족노숙자, 독거노인, 저소득 장애인, 장기실업자 등이 바로 이 구멍에 놓여있다.
특히 노숙자, 쪽방 거주자, 홀로 사는 노인 대부분은 사회안전망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지난해 10월 기초제 시행으로 4인가구 기준 월 84만2,000여원의 생계 및 주거비 혜택을 받게 된 생활보호대상자는 총 151만여명. 당초 194만명이 수급신청을 냈으나 40만명 가량이 탈락할 정도로 자격기준이 엄격하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하지만, 노숙자나 쪽방거주자의 대부분은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거주지가 불분명해 국가의 보호권 밖이다.
독거노인들도 자녀의 부양능력을 이유로 정부가 주는 생계비를 받지 못한 채 종교단체 등의 응급구호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6개월째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에서 거주하는 이모(45)씨는 "같이 사는 3명이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고 실망스러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들을 들어 "기초생활보장제 수급대상 요건을 완화해 수급자를 대폭 늘리고, 현재 연간 2조7,000억원 가량의 생계보호수당예산(자활 급여비 포함)을 국가 전체 예산대비 3%에서 5% 수준으로 증액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사회보장예산(전체의 11%)을 선진국 수준(25%)으로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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