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무엇보다도 개혁과 개방을 향한 변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행보로 보인다.특히 그 시점이 미국의 부시 새 행정부 출범과 자신의 러시아 및 서울 방문을 앞둔 때란 점에서, 주변정세변화에 맞춰 적극 활로를 개척하려는 선제 포석이라 할만 하다.
따라서 그의 뜻을 편견 없이 정확히 읽고, 남북화해와 한반도 안정의 길로 이끄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5월에 이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겉으로는 개혁과 개방을 중국 지도자들과 협의하고, 중국의 앞선 실험 현장을 체험하는 성격을 띤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도 일단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해 방중 때 남한 및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진척되면 중국 경제특구를 둘러 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과 조명록 특사 방미 등의 성과를 거둔 자신감을 바탕으로, 개혁과 개방을 한층 서두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새해 들어 '2000년대에 걸맞는 신사고(新思考)'를 표방, 경제재건을 위한 혁신과 전환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리식 강성대국'건설을 외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비록 체제이념을 고수하고 있지만, 과거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개혁과 개방을 위한 신사고를 주창한 것을 연상케 한다.
그는 북한체제와 인민을 이런 혁신과 전환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견문과 지원을 얻기 위해 다시 중국을 찾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무적 목적의 속내는 역시 대외적 상징성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년도 지나지 않아 굳이 다시 중국을 찾은 것은 개혁과 개방의 진실성을 중국이 국제사회에 보증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재건에 긴요한 서방의 지원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당장 부시 새 행정부의 미국이 북한의 완고함과 위협을 이유로 포용 대신 압박을 택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견제ㆍ 무마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대북지원과 그의 서울 방문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보수여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은 미국의 정권교체와 우리의 경제난국과 국정혼란 등으로 기로에 선 북ㆍ미 및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의도를 긍정과 부정, 어느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 한반도 안정에 이로울 것인가를 잘 헤아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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