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후 25~26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1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에서 큰 폭의 원유감산이 확실시되자 12일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30.05달러로 마감, 다시 30달러선을 넘어섰다.
관심사는 OPEC의 감산규모와 시기. 걸프 국가를 순방중인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부 장관 조차 2단계에 걸쳐 총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희망사항' 으로 내걸고 있어, 최소 100만 배럴에서 많게는 200만 배럴까지 감산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 쿠웨이트 등 11개 OPEC 회원국 대부분은 150만 배럴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이란, 카타르 등은 2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까지 주장하고 있어 유동적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논리는 원유가 파동을 고비로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을 증산하면서 원유가가 지난해 10월보다 3분의 1 가량 급락, 1998년의 폭락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하루 원유 재고량이 연내로 60만 배럴 더 늘어나 2ㆍ4분기에는 이번 감산에도 불구, 재고가 하루 24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서방측 분석과 원유소비가 줄어드는 봄, 여름으로 접어드는 북반구의 계절적 요인이 OPEC의 감산을 부추겼다.
분석가들은 감산 폭이 150만 배럴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이 규모가 단기간에 시장을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 방크는 130만 배럴로 예상하면서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이란 등이 이미 감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제 감산효과는 110만 배럴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은행은 또 감산 요인이 시장에 반영된 상태여서 장기적으로 유가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셰이크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 역시 "150만 배럴을 감산해도 일부 회원국들이 쿼타 이행을 제대로 못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130만 배럴에도 미치지 못할 것" 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리처드슨의 순방과 맞물려 서방 소비국들에 대한 산유국들의 좋지 않은 감정이 감산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슨과 회담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사이프 알_나세리 석유장관은 14일 "지난 석유파동 때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듯 이제는 우리가 이익을 찾아야 한다" 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국제유가는 일단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급등하는 사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