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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예산 방만운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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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예산 방만운용 드러나

입력
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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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에 대한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안기부의 방만한 예산 관리 및 운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안기부의 1996년 4ㆍ11총선 지원자금 940억원이 92ㆍ93년 예산 불용액 520억원과 이 돈의 3~4년치 이자 160억원, 94ㆍ95년도 예산을 미리 타 금융기관에 예치해 증식시킨 이자 260억원 등으로 마련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통제ㆍ감사권 강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은 안기부가 95년 예산에서 4ㆍ11총선 지원 자금을 국고수표로 빼낸 뒤 예산 집행에 필요한 부족분을 이 돈으로 메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형식절차상 총선 지원자금은 95년 예산에서 나왔지만 내용상으로는 국고에 반납하지 않은 예산불용액과 미리 타낸 예산을 금융기관에서 굴려 발생한 이자가 총선자금으로 지원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에 대비, 미리 자금을 쌓아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안기부가 95년도 예산에서만 한꺼번에 1,000억원 이상을 빼내는 것이 가능했다"며 "95년 예산에 전년도 불용액이 섞여 있다 해도 95년 국고수표로 빠져나간 이상 95년 예산이 선거자금으로 빠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방선거에 지원된 252억원중 구 남산청사 이전비 9억원을 제외한 243억원도 전부 같은 수법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부의 방만한 예산 운용이 가능했던 것은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반 부처는 세부 항목을 나눠 예산을 신청하지만 안기부는 안기부법(현 국정원법 12조)에 따라 '정보비'로 분류, 총액만을 요구하고 예산회계법이 정한 각종 관련 서류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

예비비의 경우도 예산회계특례법상 '예비비'라고만 신청하면 총액으로 배정되고 사용보고도 총액으로만 하도록 돼있어 회계장부만 맞추면 불용액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안기부는 92년에 '배정액=집행액'으로 불용액을 0원 처리했으며 문민정부가 들어선 93년 처음으로 14억원을 반납했다.

92ㆍ93년에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마저 없어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쉽게 빼낼 수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안기부장의 예비비 청구가 있으면 총액을 주도록 하는 규정도 악용했다.

이와 관련, 93년 4월~97년초 안기부 감사관실에서 회계감사를 하다 퇴직한 정모씨는 안기부 예산 비리를 폭로한 자서전에서 "안기부는 돈을 타 놓았다가 투신사나 은행에 넣어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로 비자금을 만들어왔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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