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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난곡지구 르포 / 연탄도 몇장 안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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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난곡지구 르포 / 연탄도 몇장 안남았는데…

입력
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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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탄도 몇 장 안 남았어. 꼭대기라 배달도 안해 주는데 어떻게 견딜지.."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 재개발지구의 1.5평 남짓한 단칸방.

김모(62)씨는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 돈을 벌겠다며 해외로 떠난 아들이 맡긴 7살, 5살짜리 두 손자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폭설과 함께 며칠째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산중턱이라 칼바람을 직접 맞아야 하는 대도시 달동네 주민들의 겨우살이는 더욱 더 고달프다.

관악산과 삼성산 자락에 판자집 2,500여채가 닥지닥지 붙어앉은 난곡지역에는 비좁은 골목마다 며칠째 치우지 못한 연탄재와 쓰레기가 어지럽게 쌓였다. 대부분이 30도를 넘는 급경사길에 눈과 얼음이 덮여 차량은 커녕, 사람도 제대로 걷기 힘들다.

그러니 웃돈을 얹어줘도 연탄이나 기름배달은 아예 기대하기 어렵다. 주민 박모(47)씨는 "매일 아침 연탄을 양손에 2장씩 들고 집까지 올라오면 숨이 턱에 찬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한두 군데 부러지는 건 예사.

이틀 전 집 앞에서 넘어져 왼쪽 손목이 부러진 강모(66)씨는 "갑갑해서 한번 나왔다가 그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고, 김모(44럼逾?씨도 "인력시장에라도 가봐야 하지만 새벽 빙판길이 겁나 나가지도 못한다"며 "저녁 후에는 아이들에게 바깥심부름도 안시킨다"고 말했다.

'생리현상' 해결도 큰 문제. 안모(67)씨는 "6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화장실이 얼어붙어 아예 요강을 사용하고 있다"며 멋적어 했다. 엉성하게 노출된 수도관들도 곳곳에서 터져 밥조차 끓여먹지 못한다는 주민도 적지않다.

이 곳에서만 30여년을 살아왔다는 한모(75렛?씨는 "추우면 없는 사람이 더 힘든 것 아니냐"며 "제발 눈이라도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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