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는 예술후원을 통해 젊은이들의 창조정신을 고무시키고자 합니다."9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가 주최한 '아시아 태평양 미술대전'의 수상작 발표회 겸 전시회가 열렸다.
싱가포르에서 온 노아젤 리치필드 노키아 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부사장을 비롯하여 차범석 예술원회장, 김정옥 문예진흥원장 등 국내 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이 행사는 한눈에 보아도 전시회라기보다는 화려한 이벤트였다.
한국 호주 중국 인도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 13개국 17~25세 젊은이들이 출품한 70여점의 작품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지만, 상금은 의외로 커 미술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대상 수상자인 필리핀의 로델 가르시아가 받은 상금은 8,000달러(1,000여만원). 그는 부상으로 미국 파슨즈 스쿨 및 핀란드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 연수 기회까지 거머쥐었다.
노키아는 23일까지 서울 전시회를 열고, 이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도 순회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는 해외유명기업이 작가나 전시회 지원을 통해 자사 기업홍보를 하는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석달 전 프랑스의 패션기업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선정, 웹아티스트 장영혜씨에게 상금 2,000만원을 수여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6월 서울 로툰다갤러리에서 프랑스 작가 아니아스 래비의 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또 프랑스의 세계적 보석세공회사 쇼메는 지난 해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쇼메박물관 소장 '왕관 유물전' 을 통해 프랑스 공예 문화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노키아는 국내 몇 문화계인사들을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에 초청하는 등 비공식 개인별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화단은 해외기업들의 미술계 투자전략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김찬동 문예진흥원 미술팀장은 "국내 기업후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내 미술계를 활성화하고, 또 기업들의 예술지원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면서 "젊은 작가들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확대하고, 국내 기업들도 이를 통해 예술지원 패턴의 마인드를 국제화했으면 한다"고 진단했다.
미술쪽에 해외 기업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미술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홍보를 대행했던 이갑수 IPR대표는 "미술계의 호의적 반응 덕택에 브랜드 이미지도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예술투자 효과가 당장은 베일 속에 쌓여있지만, 실은 기업철학을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주요 수단"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해외기업들은 현대미술이나 젊은 작가층에 한정해 전시나 작가지원을 하고 있어, '원조'라기보다는 소비의 중심인 젊은 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외국에선 기업들의 미술계 지원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지 오래다. 요즘 세계적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의 모리 마리코는 일본 화장품회사 시세이도가 키운 설치미술가이며, 세계적 남성복 브랜드 휴고 보스가 제정한 미술상은 세계적 미술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수상자는 매년 세계미술계의 스타가 돼 왔다.
국내에선 이불씨가 휴고 보스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었다. 패션업체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지난해 말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전시회를, 구찌는 9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각각 후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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