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home),'홈','홈'.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2001년 국제가전박람회(CE 쇼)장의 최대 화두는 '홈(가정)'이었다.
전세계 120개국에서 12만2,000여명이 구름처럼 몰렸던 이번 CE 쇼는 세계 최대의 연례 가전박람회로 1967년이래 첨단 가전제품의 쇼룸(show roomㆍ전시장)으로 각광 받아왔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이번 CE 쇼에서 디지털 개별 제품을 편리하게 하나로 묶는 '홈 네트워킹 시템'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이전까지의 CE 쇼에서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킹 제품이 아니라 디지털 TV,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MP3 플레이어 등 단품들이 이슈가 된 것과 뚜렷한 차이가 났다.
올해 CE 쇼를 주관한 미국가전협회(CEA) 카렌 춥카 부회장은 "디지털 기술은 가전제품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상호소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삶을 보다 즐겁고, 덜 복잡하게 만드는 '네크워크된 세상'이라는 약속을 실현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CE 쇼의 공식주제는 '당신의 삶과 일을 위한 기술자원'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서관의 중앙에 자리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얼티미트 TV'를 중심으로 한 홈 네트워킹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가정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홈네트워킹 전략에 따라 현관에 있는 방문자의 모습을 현관의 웹 캠과 연결된 부엌의 모니터로 확인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MS 바로 옆에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홈 와이드웹 방식의 홈 네크워킹을, 필립스는 미들웨어인 하비(HARVi)를 통한 홈네크워킹 시스템을 출품했다.
이들 시스템은 유선, 무선, IEEE1394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집밖에서나 집안 한 곳에서 핸드폰이나 웹패드 등 유무선 장치로 에어컨을 켜고, 전등불 밝기를 조정하며 세탁기를 돌릴 수 있도록 만든 첨단 디지털 제품. 일본 업체 파나소닉은 핸드폰으로 요리방법을 입력,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는 가상요리사(virtual chef)를 연출해보기도 했다.
3컴(3COM)의 프로덕트 매니저 대럴 힐씨는 "전화선, 전력선, 무선, 이더넷(유선랜의 일종) 등 어떤 방식의 홈네트워킹 시스템이건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좋은 기능을 제공하는 쪽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홈네크워킹 시스템이 가정에서 원활하게 쓰이기 까지는 적어도 2003년까지 기술보완이 필요하고, 현재 수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설치비용 절감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소니가 새로 내놓은 40인치 고선명 디지털 TV '그랜드 베가'가 전시회 기간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샤프의 10인치ㆍ20인치 액정화면(LCD) TV는 이번 CE 쇼에서 '혁신 2001'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했다.
LG전자의 미국 자회사 제니스도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인치 PDP(벽걸이 TV)로 주목을 받았다. 제니스의 60인치 PDP는 올해 중반 2만7,999달러의 초고가로 미국 안방을 공략할 예정이다.
또 파나소닉이 7인치 크기의 액정화면(LCD)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한 포터블 DVD '팜 씨어터'(palm theater)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2001년 CE 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 시스템인 '엑스(X)박스' 등 게임기들이 CE 쇼의 한 주제로 편입된 것도 새로운 경향이었다.
MS뿐 아니라 4~5개 업체가 CE 쇼에서 일본 기업이 주름잡고 있는 게임기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이색 출품작으로는 MP3가 가능한 손목시계, 배낭처럼 지고 다닐 수 있는 오디오 세트, 50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로봇 '에이보(AIBO) 210'등이 있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가정의 주인 자리를 TV가 차지할 것이냐, 아니면 컴퓨터가 중심이 될 것이냐'는 문제도 화려한 전시회의 저변을 흐르는 이슈였다고 할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밝힌 '확장된 PC'(extended PC)는 홈네트워킹 시스템과 함께 이번 CE 쇼의 키워드였다. 게이츠는 개막연설에서 "컴퓨터는 이제 정보를 취합하고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생활을 관장하는 제어센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CE쇼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총괄 진대제(陳大濟) 사장은 "1~2년전까지는 가정에서 디지털 TV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컴퓨터 환경이 기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또 다른 화두 '자동차 혁명'
홈 네트워킹 시스템처럼 자동차안에서도 모든 일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차량 마법사'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01년 국제가전박람회(CE 쇼)에서는 '디지털 자동차 혁명'이 또 하나의 주요 관심사였다.
차안에서 무선 인터넷 등을 이용해 가정과 직장의 컴퓨터 등과 자유롭게 접속하고, 행로 설정은 물론 각종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차량 마법사'가 선보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운전자들은 차량 마법사를 통해 차 안에서 인터넷상의 정보를 내려받고, MP3 음악파일과 뉴스를 들을 수 있으며,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승용차내 컴퓨터 기기들은 운전석 오른편 대시보드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장착돼, 여러 개의 버튼과 스클롤러를 이용해 조작토록 돼 있다. 차량 마법사는 운전자 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앉은 동승객을 위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모바일 극장'등도 구비해 놓고 있다.
샤프는 승용차 안에서 식당예약 등을 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검색장치인 '오토모티브 브라우저'를 시연했고, 파이오니어는 행로를 설정하고, 지름길을 찾아내는 등 다양한 입력조건을 갖춘 차량 네비게이션 시스템(자동주행장치)을 선보였다.
또 MS는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 PC인 '카닷넷'(Car.NET)을 내놓았다. MS의 자동차 사업부문 책임자인 밥 맥킨지씨는 "자동차내 컴퓨터 시스템(in-car computing)은 놀라운 여행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화, 안전, 오락, 인터넷 등 디지털 자동차 혁명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 공동 표준을 시급히 마련한다면 디지털 자동차도 수년래 현실화할 전망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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