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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산업경쟁력이다 / (上)이대론 세계시장서 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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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산업경쟁력이다 / (上)이대론 세계시장서 낙오

입력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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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1999년보다 10단계나 뛰어오른 28위(총 47개국)라고 발표했다.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희소식이었지만 정작 대만과 말레이시아가 우리보다 상위라는 사실은 묻혔다.

며칠 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 등급을 전년보다 7단계 하락한 29위(총 59개국)로 평가했다.

IMD가 수출증가율 등 외형적 성장지표를 토대로 한 반면, WEF는 금융환경이나 시장개방도, 기술효율성 등 잠재역량을 기초로 성장성을 분석한 결과였다.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와 경쟁력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우선 믿고 의지할 수출산업이 없고 내수 침체를 이겨낼 구조도 미비하다.

세계 시장 수요자들의 '입맛'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지만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우리의 수출 주력산업은 여전히 낡은 껍질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고부가가치 수출시장 점유율은 최근 10여년간 정체됐거나 감소했고, 부품ㆍ소재 등 대일 적자 폭은 확대일로다. 중진국 시장에서도 저임금 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힘겹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尹鍾彦)이사는 "정부와 기업들이 현안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산업경쟁력을 등한시해왔다"며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펀더멘털인 산업경쟁력 약화"라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7대업종 자율 구조조정'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철강(전기로)과 유화, 화섬, 면방, 제지, 시멘트, 농기계 등 이들 업종은 과잉ㆍ중복투자에 따른 출혈ㆍ과당 경쟁으로 산업기반 자체가 와해될 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朴勝祿) 경제발전연구센터 실장은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1위 품목이 중국(306개)이나 대만(206개)의 20%(55개)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의 고급 산업과 개발도상국의 범용산업이 우리 산업을 마구 잠식하는 이른바 '너트-크래커(nut- cracker)'양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수출산업을 선도해 온 반도체도 호된 겨울을 맞았다. 선진국과 달리 D램 메모리 제품 의존도(84%)가 큰 반도체 업계는 최근 국제 시황이 악화하면서 살벌한 '서바이벌'전쟁터로 내몰렸다.

특히 삼성전자는 80년대 초 "기술도 없으면서 수조원대의 투자를 한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저항을 뚫고 반도체사업을 시작, 한국 경제를 이끄는 효자산업으로 키워냈지만 이제 또 다른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정보기술(IT)ㆍ생명공학(BT) 등 신산업 분야의 앞날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전통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함께 한국 경제의 향후 10년, 20년을 선도할 수 있는 '제2의 반도체'를 발굴한다는 각오로 산업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박리다매 수출 '고부가'가 없다

이대론 경쟁서 낙오

"무역수지 3년 연속 세 자릿수 흑자요? 솔직히 말해 그게 전적으로 실력입니까? 같은 100억달러 흑자라도 몇 개를 얼마에 팔아 그 돈을 벌었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지요. 교역조건을 들여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최근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산업경쟁력ㆍ수출경쟁력의 실체를 이렇게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1~10월) 수출단가지수는(연도별 수출품 가격 비교지수) 62.1로 전년 동기(60.6)보다 2.5% 상승했다.

즉 99년에 100원 받던 것을 지난해에는 102원50전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물량지수(수출량 비교지수)는 176에서 215.9로 무려 22.7%가 상승했다.

한 마디로 '박리다매'식 물량공세 수출이었고 그 결과 무역마찰 요인만 키웠다는 의미다. 이 기간동안 수출품 가격과 수입품 가격 변동폭을 근거로 산출하는 교역조건도 12.4%가 하락했다.

물론 고유가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도 크지만 교역조건 하락추세는 지난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먼저 올해 최대호황을 누린 조선산업의 경우 화물선 등 범용선박 건조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지난해 조선시장 점유율(45%)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호화유람선이나 특수선박 등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

범용선박 수주물량이 향후 2~3년간 조선소를 가동할 만큼 받아 둔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부터 고급선박 선별수주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한 관계자는 "그간 등한시해 온 연구개발(R&D)투자와 이에 따른 기술력 열세를 만회해 선진국을 따라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생산실적 기준으로 세계 6위(99년)이지만 수출시장에서 현대 소나타 가격은 일본 혼다 어코드 동급에 비해 10% 이상 싸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있다지만 뒤집어보면 기술력의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결과 국내 자동차 관련 첨단기술과 신차 개발 능력은 선진국의 70%수준이고, 특히 중대형 고급승용차 경쟁력은 더욱 낮다.

또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양적 성장전략 탓에 수익성은 특히 취약하다.

70년대 '중동신화'를 낳은 우리나라 건설ㆍ플랜트 업체들의 건축ㆍ토목 시공능력은 세계적 수준이었다.

그래서 당시 해외 원청업체들의 하청 대상기업으로 국내 업체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설계에서부터 자재구매 건설 파이낸싱까지 포괄하는 소위 'EPC(Engineering-Procument-constructing)시스템'으로 발주자의 '입맛'이 고급화했다.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못쓰는 것은 기업신인도 저하로 해외 파이낸싱이 힘든 탓도 있지만 엔지니어링 원천기술이 부족한 탓도 크다.

그나마 수주를 하더라도 기자재 산업 미비로 대부분을 수입품으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채산성도 크지 않다.

철강, 섬유, 공작기계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경련 이인열(李仁烈)상무는 "급변하는 세계시장 동향에 정부와 기업 모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기존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주력상업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큰 시련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세계 반도체社 죽느냐사느냐 '서바이벌게임'

"향후 1, 2년 이내 반도체시장은 세계 거대기업들의 피비린내 나는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할 것입니다."

산업자원부 윤상직(尹相直) 수출과장의 말이다.

메리츠증권 리서치팀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최석포 연구위원도 "반도체, 특히 D램 메모리 업계의 고삐풀린 투자경쟁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 마디로 경쟁력없는 기업을 하루 빨리 쓰러뜨려, 시황에 취약하고 비좁은 시장을 나눠먹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먼저 삼성전자가 올해 7조4,000억원을 투입해 라인 3개(D램 2개)를 증설키로 했다. 그것도 기존 8인치 웨이퍼보다 1.5배 가량 많은 투자로 2~3배의 증산이 가능한 12인치 웨이퍼 라인이다.

D램 시장의 권토중래를 위해 일본 NEC와 히타치가 합작 설립한 D램 전업업체 엘피다도 무려 1,600억엔을 투입키로 했고, 도시바도 투자 드라이브에 가세했다.

독일의 인피니온사도 동독 드레스덴 공장과 미국 버지니아주 화이트오크 공장 12인치웨이퍼 라인증설 계획을 발표했고, 대만의 프로모스테크놀로지사 등도 이 싸움에 최근 가세했다.

이 같은 경쟁은 정글(반도체)의 좁은 영역(메모리분야)에서 제한된 먹이를 놓고 다투는 야수의 싸움과 다르지 않다.

세계 반도체 전문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2,818억달러 규모. 이 가운데 우리의 주력인 D램 시장은 589억달러(21%)에 불과하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에서 메모리 분야 비중을 80년대 이후 전략적으로 축소해 지난해말 현재 10%수준이고, 일본도 23%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무려 87%가 메모리 분야다.

반도체 산업도 비메모리 분야 강화와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체질을 강화하지 않으면 힘겨운 겨울이 예고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윤필기자

■김성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주변 선진국들은 체계적이고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요소마다 핵심 과제를 찾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전자상거래나 생물산업의 미래가 없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성희(金聖曦)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은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모두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전망이 부족하다"며 IT(정보기술)ㆍBT(생물공학)산업을 포함한 우리 산업경쟁력의 장래를 걱정했다.

-선진국에 비해 미숙한 우리의 대응사례를 든다면.

"전자상거래 붐은 다행스럽지만 우리가 유선인터넷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일본이나 유럽은 무선 전자상거래(Mobile-CommerceㆍMC)로 발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다.

무선인터넷이야 말로 전자상거래의 본령이다. 여기서 뒤쳐지면 전자상거래 경쟁력은 물론, 통신인프라도 부가가치로 연결되지 못한다.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이 MC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이해하고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표준화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 생명공학 분야는 어떤가.

"정부는 물론, 생명공학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 자기 분야만 들여다보며 획기적인 신물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바꿔야한다

생명공학은 힘과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투입되는 산업이다. 정부가 붐을 일으키는 데 그쳐서는 안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망을 갖춰야 한다.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산업 발전단계에 맞고 수요가 집중된 분야에 투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무턱대고 돈을 쏟아붓는 식의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 유망한 분야가 있다면.

"앞서 말한 MC 분야가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 연구가 활발한 분야로는 연료전지(Fuel-Cell)가 있다.

노트북의 품질과 가격을 결정하는 주 요인이 배터리로 변하고 있지 않은가. 이동성과 휴대편의가 확대되는 시대, 건전지는 모든 제품의 필수 품목이다."

- 전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은.

"전통산업의 IT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조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 전략은 시의적절한 접근이다.

다만 국내 기업 특성상 경쟁업체와의 단절성을 극복, 협업체제를 갖추고 글로벌한 시각을 보강해야 한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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