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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포철 '鐵싸움'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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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포철 '鐵싸움' 확전

입력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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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14일 포항제철의 철강재 공급관행을 비난하며 포철로부터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구매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혀 현대차 그룹과 포철간의 '철강분쟁'이 확산되고 있다.몽골을 방문중인 정 회장은 이날 몽골국립대학에서 명예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포철에 대해 '횡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묵은 감정을 털어놓았다.

정 회장은 "포철이 현대강관에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원료인) 핫코일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일본업체(가와사키제철)로부터의 수입은 불가피하다"며 "포철이 올해 100만톤의 냉연강판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해왔으나 이중 45만톤만 구입하고 120만톤은 현대강관으로부터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특히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필요로 하는 냉연강판중 상당량을 포철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품질도 떨어진다"면서 "그럼에도 포철은 아직까지 관료적인 공급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급자 위주의 영업형태를 유지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포항제철이 동남아시장에 핫코일을 저가수출하면서 국내업체인 현대강관에만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포철이 그동안 독점적 사업자로 군림해왔지만 앞으로 현대ㆍ기아차가 구매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강관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에 필요한 핫코일 공급을 둘러싼 두 기업의 마찰은 국내 철강업계 전체의 구조조정과 맞물린데다 일본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자칫 한ㆍ일간 철강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냉연제품 생산능력이 180만톤 규모인 현대강관은 지난해 포항제철에 냉연제품의 원료인 핫코일 공급을 요청했으나 포철은 냉연업계 설비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현대강관은 핫코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지난달 가와사키제철과 계약을 맺어 가와사키가 현대강관의 지분 13%를 인수하는 대신 현대강관은 가와사키로부터 매년 50만톤의 핫코일을 포철보다 훨씬 싼 공급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포철은 최근 일본의 핫코일 공급가격을 문제삼아 반덤핑혐의로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강관은 포철이 자사에만 핫코일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포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양측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로서는 그동안 포철의 일방적인 강판공급량 및 가격결정과 원료공급 거부등 불만을 이번 사움을 통해 한꺼번에 표출한 셈이다.

정 회장은 "일본 오테마치펀드가 보유한 현대강관 지분 중 일부를 일본 종합상사 5곳에 매각하려했으나 포철의 방해로 실패했다"며 "포철은 경쟁기업의 정상적인 외자유치까지 방해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포철 "타사영업·경연간섭 이해못해"

포항제철은 정몽구 회장의 비난에 대해 "상식적인 영업전략과 타사의 경영권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철 유병창(劉炳昌) 상무는 "국내 냉연시장이 공급과잉이라는 판단은 현대강관 설립 당시부터 일관된 포철의 판단"이라며 "그런 만큼 냉연제품의 원료인 열연코일을 현대강관에 공급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 상무는 "현재 포철의 열연코일 공급능력은 포화상태"라며 "한정된 물량을 현대강관에 넘길 경우 다른 고객업체 물량을 줄여야 한다"며 현대측 주장의 부당성을 피력했다.

그는 또 "국내 철강 수요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포철로서는 해외 바이어 관리를 위해 일정량의 수출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세계 1위 기업인 포철이 국제시황을 무시하고 덤핑수출을 하지 않는 한 '동남아 저가수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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