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인이 15년 동안의 노력 끝에 무려 1만5,000자가 넘는 한자를 점자화해 점자옥편을 출간했다.대한침술원 김필년(80) 원장이 한자의 점자화 작업에 나선 것은 1985년. 주로 침구술과 안마술을 익혀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은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
그럼에도 점자로 된 한자가 없어서 한계를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점자한자 개발에 착수했다. 김 원장은 7년 후인 92년 당시 교육부 지정 교육용 한자 1,800자를 점자화하는데 성공한 뒤 미흡한 점을 계속 보완, 15년여만에 1만5,000자를 점자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 원장이 한자를 점자화한 방식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부수점자와 획수점자 그리고 음(音)점자를 각각 따로 만든 뒤 이를 조합, 한 글자가 되게 구성했다. 따라서 한자 한 글자가 점자로는 1~4자로 표현된다.
7세때 이질로 시력을 잃은 뒤 서당 문밖에서 글 읽는 소리로 한문을 익혔다는 김 원장은 "이번에 출간된 점자옥편이 시각장애인들도 한의학을 연구하고 한문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일반인과 똑 같은 한자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청은 17일 성동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김 원장의 점자옥편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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