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2일 국내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당면사업인 IMT-2000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SK주력사들은 이번 외자유치로 상당한 지분 매각 차액을 챙겼으며, 향후 그룹의 주력사업인 정보통신 사업을 위한 '실탄'을 대거 장전하게 됐다. 이로인해 계열사들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고, 주가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계열사중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SK㈜와 SK글로벌. 이들 두 회사는 SK텔레콤 지분 매각가격 3조7,941억원중 2조4,741억원을 차익으로 얻게 됐다.
동원증권은 12일 SK의 경우 매각물량 642만주의 매입단가가 주당 7만3,464원으로 이날 SK텔레콤 종가 29만3,500원과의 차익이 1조4,135억원, SK글로벌은 650만주의 매각물량의 주당 매입단가가 13만403원으로 차익이 1조606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분 14.5%를 인수한 시그넘9가 NTT도코모 등에 지분을 재매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추가 프리미엄(10만원 이상 예상)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차익은 1차 정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SK케미칼은 12월26일 종가(25만3,000원)에 보유주식 90만주 전량을 SK에 넘겨 1차 매각가격으로 따져도 주당 약 4만원을 손해본 셈이어서 주주들의 헐값매각 시비가 예상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은 오전부터 SK텔레콤 지분매각설이 돌면서 SK그룹의 거래종목 13개 모두가 강세를 보였고, 한국통신을 비롯한 통신주에도 '사자'세가 몰렸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SK와 SK글로벌은 앞으로 추가 차익도 가능해 강력 매수의견을 낸다"며 "SK텔레콤은 NTT도코모에 지분이 매각되면 글로벌 무선인터넷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중국진출이 용이해져 주가가 상향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세피난지에 위치한 투자회사인 시그넘9이 지분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SK측은 창구단일화란 의미를 달았으나 분석가들은 지분매각에 따른 세금문제 해결을 위한 것, NTT도코모와의 매각가격 협상지연에 따른 고육책, 또는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매각할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들 우려 때문이라는 반등이다. 12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8%를 넘어 지분한도율(49%)을 11% 정도 남겨 놓고 있다.
지분 15% 매각(7조원 규모)을 추진중인 한국통신은 싱가포르텔레콤이 한통의 제시가격 이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는 등 협상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시 정부로 유입되는 한통 구주(5%)를 제외한 나머지 매각대금은 한국통신ㆍ한통프리텔ㆍ한통엠닷컴ㆍ한통IMT-2000에 유입된다. 이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한도인 33%에 육박하게 되며, 4월 9일 한도율이 49%로 높아지면 지분의 추가매각도 예상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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