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12일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공동발표문을 통해 "노근리 사건은 철수중이던 미군에 의해 피란민들이 사살되거나 부상을 입은 사건"이라고 공식 발표했다.그러나 양국 조사단은 발포명령에 대해 직접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으며 "피란민에 대한 사격명령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는 참전 군인의 증언 등 방증자료만을 제시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 "미국민을 대신해 노근리에서 한국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으며, 미국 정부는 피해 주민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고 장학사업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미국이 전쟁중 발생한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행위에 대해 실체를 인정하고 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유감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유가족과 한국민에게 유감이라는 생각과 애석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내에 노근리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apology)'라는 표현 대신 '유감(regret)'을 표명하고 미 정부가 배상 불가 방침을 밝힌데 대해 피해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측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반발, 국제 사법재판소와 미국 현지 법원 등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양국은 공동발표문에서 "절박한 한국전쟁 초기에 수세적인 전투상황 아래서 강요에 의해 철수중이던 미군이 1950년 7월 마지막 주 노근리 주변에서 수 미상의 피란민을 살상하거나 부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발표문에 ▦ 미 공군의 피란민 공중공격 지침을 명기한 미 제5공군 로저스 대령의 메모 ▦사건 당일인 1950년 7월26일 영동지역으로 출격한 제5공군 항공 작전 지침 ▦미 제1기병사단의 피란민 전선 통과 저지를 위한 사격지침 등 노근리 사건이 미군에 의한 의도적인 살상사건임을 입증할 만한 정황증거 자료들을 포함시켰다.
양국은 사후대책과 관련, 미국 정부 예산으로 영동군 또는 노근리에 100만달러 규모의 추모비를 건립하고, 75만달러의 장학기금을 조성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노근리 유족자녀 대학생과 지방대학생 등 30여명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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