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용가리' 가 20일 개봉한다. 1999년 8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심형래의 그 '용가리' 이다. "웬 재개봉이냐" 고? 아니다. 심형래 표현을 빌면 "업 그레이드 용가리" 이다.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연기와 드라마는 남아있다. 그러나 지루했던 도입부가 줄었다. 한 눈에도 초라했던 연합방위사령부와 그곳 인물들도 그럴 듯 하게 바꿨다.
고대 상형문자를 변형하는 오프닝 크레딧이나 용가리에 얽힌 비밀과 음모에 관한 설정도 못보던 것이다. 용가리는 때론 점프도 할 만큼 날렵하고 전투기와의 교전, 동굴과 도심에서의 폭파 장면도 강해졌다.
마지막 용가리와 결전을 벌이는 사이커의 모습도 바뀌었다. 용가리의 탄생과 비밀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볼거리에서 이야기가 있는 영화로 탈바꿈했다는 얘기다.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국내용은 100% 우리말 더빙을 한 것도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이를 위해 '용가리'는 16개월 동안 대수술을 받았다. 80%를 고쳤다. 줄거리를 수정하고, 실사장면은 국내 촬영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새로 찍었다.
마지막 용가리와 사이커의 전투장면도 37컷에서 무려 150 컷으로 늘였다. 전체적으로 영상이 밝아진 것도 그만큼 컴퓨터그래픽의 움직임, 그것과 실사의 합성 등이 자신있다는 증거다.
이를 위해 심형래는 30억원이란 돈을 더 쏟아 부었다. 그는 뚜렷한 수출성적이 없는 탓에 그동안 온갖 비난과 비웃음을 받아야 했다. 심형래는 "비난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수정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고 했다.
여론에 밀려, 턱없는 찬사에 들떠 졸속으로 완성하면서 얼마나 뒤죽박죽이었는지, SF영화도 기술보다는 탄탄한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2001 용가리' 는 그것들을 보완했을 때 심형래의 영화가 얼마나 달라지며 우리 영화산업에 중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다음 작품 '이무기(Dragon Wars)' 는 "다를 것" 이라는 그의 말을 믿고 싶어진다.
심형래는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렀다. 실망도 했다. 수출실적도 현재까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270만 달러에 불과하고, 기대했던 미국의 극장개봉도 어려워 비디오와 TV에만 팔릴 전망이다. 그 액수도 기대보다 적을 것이다.
그런 비난과 비웃음 속에서도 심형래는 혼자 일으킨 한국 SF영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원망이 들지만 '2001 용가리' 가 반갑다.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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