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에 대한 대응을 놓고 한나라당과 상도동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11일 총재단회의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선 이환의 부총재가 '박종웅 의원이 어제 민산 모임에서 DJ비자금 자료를 이야기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제 국민 앞에 나서서 밝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평소 대변인 브리핑은 특정 부총재의 발언을 상세하게 전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권 대변인의 이례적인 브리핑은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에 대해 정면대응하지 않은 채 비껴가며 여권의 움직임만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도동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한나라당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이를 전해들은 YS측도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박종웅 의원은 "총알을 한꺼번에 다 쏘냐. 칼을 언제 뽑을 지는 장수가 결정할 문제"라며 "한나라당이나 열심히 하라"고 쏘아붙였다.
박 의원은 이어 "소속 의원 100여명이 궁지에 몰리고 당 부총재에게까지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당의 명운을 걸고 투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실명 전환되지 않는 뭉칫돈이 있어서 파헤쳐 봤더니 김대중씨의 비자금이 드러났다"며 좁혀오는 검찰 수사에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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