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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괴테와 베토벤 - 時性과 樂聖 둘을 오간 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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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괴테와 베토벤 - 時性과 樂聖 둘을 오간 한 여성

입력
200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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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년 11월 시인 괴테는 어린 멘델스존을 집으로 초청해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멘델스존이 모차르트의 작품을 쉽게 마무리하자, 괴테는 악필로 씌어진 한 가곡 악보를 건네며 말했다. "그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하지만 이 곡은 만만치 않을 걸." 베토벤의 가곡 '슬픔의 기쁨'악보였다. 어린 예술가가 힘들게 그 곡을 쳐나갈 때 72세의 노시인에게는 기쁨의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시성 괴테(1749~1832)에게 악성 베토벤(1770~1827)은 이 같은 존재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로맹 롤랑이 1927년에 쓴 '괴테와 베토벤'(웅진닷컴 발행)은 21세 연하인 베토벤에 대한 괴테의 한없는 존경과, 한 여인으로 인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두 거인의 삶이 근접해서 교차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그 사이에 한 여인이 있다는 사실은 더욱 가슴을 뛰게 한다.

여인은 베티나 브렌타노(1793~1852)였다. 젊은 시절 괴테가 사랑했던 막시밀리아나 라 로헤가 그의 어머니였다. 수녀원 생활을 하던 브렌타노는 1807년 괴테를 처음 만났고, 3년 후에 베토벤을 알게 됐다.

괴테와는 불 같은 열정의 연인으로서, 베토벤과는 천재 음악가에 대한 경외심을 지닌 음악소녀로서 그는 둘 사이를 오갔다.

저자는 브렌타노를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내면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1809년 그와 마주친 나폴레옹은 "불 같은 눈을 지닌 이 곱슬머리 소녀는 누구인가?"라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처음 만난 베토벤의 귀에 대고 "저는 베티나 브렌타노라고 해요"라고 속삭였을 정도로, 그는 도발적이고 열정적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의 위험한 '줄타기'사랑은 특히 괴테를 몹시 힘들게 했다. "저는 그를 만난 순간부터 매혹당했고 그의 진한 고독은 저를 가슴 아프게 했다"는 브렌타노의 고백은 괴테를 우울하게 했다. 그의 가슴에 기대어 "언제나 저 별이 그대 가슴에 비추기를"라고 읊었던 괴테였기에 상심의 폭은 대단했다.

그러나 괴테는 자제할 수 있는 교양인이었다. 저자가 천착한 부분은 이러한 괴테의 위대함이었다. 브렌타노를 통해 상대방을 의식하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도 괴테의 관용 덕분이었다.

괴테는 1812년 7월 19일 베토벤의 집을 찾아가 "나는 지금까지 당신보다 집중력이 강하고 더 정력적이며 내면적인 예술가는 한 명도 보지 못했소"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자신의 희곡 '에그몬트'에 곡을 붙인 것에 대해서는 "베토벤은 정말 탄복할 만큼 뛰어난 천재성을 보이며 나의 의도를 꿰뚫어보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맹 롤랑은 10여 년에 걸친 조사와 브렌타노가 1835년에 출간한 서한집 '한 아이와 나눈 괴테의 편지'를 근거로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을 되살려냈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베토벤은 불 같은 성격에다 곧잘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디오니소스였다. 이에 비해 괴테는 덜 강인하고, 덜 거칠고, 덜 남성적인 올림포스의 신이었다. 두 사람 가운데 더 커다란 인간적 단점을 지닌 사람은 오히려 괴테였다.

하지만 그는 베토벤에 대한 브렌타노의 찬사를 묵묵히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을 갖췄고, 그러한 베토벤을 사람들 앞에서 추켜세울 정도로 위대한 교양인이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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