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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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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자코메티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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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월11일 스위스의 조각가 겸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고향 근처의 코이라에서 65세로 죽었다.알베르토의 아버지는 인상파 화가 조반니 자코메티이고, 사촌형은 다다이스트 아우구스토 자코메티이며, 동생은 조각가 디에고 자코메티다. 예술가 집안이었던 셈이다. 이들 모두가 라틴계 이름을 지니고 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코메티 집안은 이탈리아계이고 그들의 모국어도 이탈리아어다.

스위스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만어가 공용어로 사용된다. 스위스 화폐에도 이 네 언어가 함께 새겨져 있다. 취리히나 베른이 독일어권 스위스라면, 제네바나 로잔은 프랑스어권 스위스이고, 알베르토의 고향인 보르고노보나 로카르노는 이탈리아어권 스위스다.

자코메티는 제네바의 미술 공예 학교에서 조각을 배우고, 이탈리아에 잠시 머물며 고대 미술품의 아름다움에 탐닉한 뒤, 파리로 자리를 옮겨 평생 그 곳에서 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텅빔(空虛) 속에서 맺힌 듯한 길고 가느다란 조상(彫像), 곧 그 자체는 철사처럼 가느다랗게 깎이면서 그 둘레에 세찬 동적(動的) 공간을 빚어 놓은 듯한 인물 조각들을 그의 이름에서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침묵 속의 떪을, 차라리 날카로운 외로움을 형상화한 듯한 이런 유형의 작품들을 그가 빚어내기 시작한 것은 40대 후반인데, 이 작품들은 이내 그의 상표가 되었다.

자코메티의 예술 세계는 사생(寫生)과 관념을 오갔지만, 그가 사생에 의지할 때조차 보이는 것을 그대로 빚거나 그린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들은 차라리 상상력에 기댄 관념적 공간 조형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조각에서든, 유화나 판화에서든, "보이는 것은 절대 옮겨놓을 수 없다"는 절망은 그의 예술의 한 동력이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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