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폭락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지난 6일 출장마사지 윤락을 하다 서울 강동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A(25ㆍ여)씨. 어엿한 증권사 직원에서 윤락녀로 전락한 그는 "다른 직장보다는 그래도 쉽게 돈을 벌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선택했다"며 뜻밖에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지방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한 A씨는 3년전 남들이 선망하는 국내 굴지의 L증권사 지방지점에 입사, 남들과 같이 자연스럽게 주식투자에 손을 댔다. 그러나 당시는 IMF 사태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던 시기. 결국 전재산이다시피한 3,500만원을 몽땅 날리고 500만원의 빚까지 지게됐다.
"추세로 보아 주식투자로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A씨는 1년만에 직장을 사직하고 미용사가 되기 위해 상경했다. 몇달만 버텼어도 1999년부터 2000년초까지 지속됐던 증시 활황기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행운마저도 비껴갔던 셈.
하지만 서울 생활도 녹록지는 않았다. 월급없이 숙식만 제공되는 미용실 '보조'생활에 지쳐가던 지난 연말 A씨는 '월수입 300만원 이상 보장' 전단을 보고는 그길로 전화를 걸였다.
강남일대 여관과 오피스텔로 불려다니며 낯선 남자들을 상대로 오일마사지와 이른바 '2차 서비스'를 해주는 대가는 15만원. 이나마 5만원은 알선책 몫이었다. 손님들은 '명문대학생'이라는 A씨의 말에 속아 쉽게 단골이 됐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미용실을 차리고 싶었다"는 A씨의 말에 담당 형사는 "찾아보면 다른 일도 많았을텐데."라며 혀를 찼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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