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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부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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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부시의 선택'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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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지명자 첫낙마시민·노동단체 공격부담속 불법체류자 고용 치명타

부시 충성도 잣대 인선 제2, 제3 차베스사태 우려

연방 대법원까지 개입된 '플로리다주의 혈전' 끝에 겨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지만 불과 4주일 만에 조각을 완료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조지 W 부시 미국 차기 대통령이 첫 시련에 봉착했다.

부시 차기 대통령측은 9일 린다 차베스 노동부 장관 지명자가 전격 중도사임하자 문제가 더 확대되기 전에 차베스가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제2, 제3의 '차베스 사태'가 속출하지나 않을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부시 측은 특히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부 장관 지명자와 게일 노튼 내무부 장관 지명자 등 민주당이 문제삼고 있는 서너 명의 각료들도 상원 인준과정에서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부시측과 공화당측이 이처럼 각료 인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부시 행정부의 첫 출범부터 기선을 제압당할 경우 향후 정국의 안정적 운영에 적지않은 차질이 초래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시측은 당초 전국 득표율에서는 뒤지고도 연방대법원의 도움으로 대선을 승리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의식, 국론통합을 위한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부시팀은 실제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첫 흑인출신 국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15명의 각료에 흑인 2명, 여성 4명을 선임한 데 이어 빌 클린턴 행정부의 노먼 미네타 상무부 장관을 교통부 장관에 앉히는 등 나름대로 구색을 맞추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시 차기 대통령은 일부 각료에 대해서는 자신과의 친소관계와 공화당에 대한 충성도를 잣대로 인선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 바람에 여론과 야당 및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왔고 급기야는 차베스가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차베스가 이날 사퇴한 것은 부시측 참모진에서 간접적으로 사퇴주문을 해 온데다 또 다른 비리파일이 폭로될 것을 겁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히스패닉계이면서도 소수민족보호법에 반대해온 데다 보수적 노동관 때문에 노동조합 등의 표적이 돼왔던 차베스는 결국 불법 체류자를 고용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노동행정의 주무장관이 법률로 금지된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치명적 약점이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제2의 차베스는 누구냐."

린다 차베스 노동부 장관지명자의 중도하차를 계기로 여론공세와 상원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또 낙마할 각료지명자가 나올지 관심이다.

현재 차베스 못지않게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각료지명자는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부 장관지명자 등 서너명에 이른다.

먼저 애쉬크로프트는 미주리주 상원의원 시절 흑인판사 로니 화이트의 연방판사 지명을 반대한 사실이 흑인 인권단체들의 집중표적이 되고 있다. 본인은 화이트 판사가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한 점 때문에 반대했다고 해명했으나, 흑인단체들은 화이트 판사가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비난한다.

또 애쉬크로프트는 완강한 낙태반대론자란 점과 타인종간의 남녀 교제를 금지해온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밥 존스대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사실 등 때문에 여성단체와 진보진영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지명자도 1971년 7월22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다.

시카고 트리뷴이 국립문서보관서에 보관돼 있던 테이프를 최근 입수ㆍ공개한 바에 따르면 닉슨이 "남부의 백인 노동자들은 흑인들이 똑똑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럼스펠드는 "나도 알고 있다" "그말이 맞다" 등으로 답변했다.

게일 노턴 내무부 장관지명자도 환경소송을 방어하려는 납 제조회사의 로비스트로 일한 경력과 알래스카 북극야생동물보호지역을 원유탐사를 위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 환경주의 입장을 취했던 경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지명자는 지난해 11월초 터프츠대에서 30분간 강연한 대가로 레바논 부총리가 기부한 강연료 20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크리스티 휘트먼 환경청 장관지명자도 15년전 불법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던 사실이 드러나 험로가 예상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상원인준 논란사례

미국 ABC방송은 최근 수년간 12명의 인사들이 상원 인준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논란 사례.

▦에드 미즈(1985년)=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에드 미즈에 대해 상원은 1년여의 치열한 논쟁끝에 지명을 승인했다. 상원에서는 미즈가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관직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어졌으나 이 같은 혐의를 조사한 특별검사는 '무혐의'를 선언했다.

▦존 타워(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존 타워는 상원 청문회과정에서 무기 거래업자와의 사업을 둘러싼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고 과음 습관도 문제가 됐다. 타워는 인준만 해주면 술을 끊겠다고 약속했으나 상원은 1993년 3월 53 대 47로 인준을 거부했다.

▦조 베어드(1993년)=빌 클린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으로 조 베어드를 선택했으나 베어드와 그의 남편이 페루인 부부를 아무런 고용서류 없이 운전사와 유모로 일하게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1993년 1월 상원 청문회 하루 만에 지명을 철회했다.

▦킴바 우드(1993년)= 베어드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클린턴 대통령은 뉴욕 출신의 여성 판사 우드를 지명했으나 우드 역시 지난 1986년 불법 이민자를 보모로 고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명을 취소했다.

▦라니 기니어(1993년)=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6월 변호사 겸 법학 교수인 라니 기니어(여)를 인권담당 법무차관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공화당이 차별철폐법과 투표권에 관한 기니어의 견해를 강력히 비판하자 지명을 포기했다.

▦보비 레이 인먼(1994년)= 해군 제독 출신인 보비 레이 인먼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자 1994년 1월 스스로 장관직을 포기했다.

▦앤서니 레이크(1997년)= 레이크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됐으나 공화당이 대 중국 정책을 포함한 그의 외교정책 노선을 강력히 비판하자 자신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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