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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을 넘어서 / (상)'빠순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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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을 넘어서 / (상)'빠순이'를 아시나요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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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여중생 한명이 그룹 '클릭B'를 ?i아 가다 다른 팬들에 밀려 넘어진 후 목숨까지 잃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지난달 H.O.T의 숙소가 있는 청담동 주민은 팬들의 극성 때문에 못살겠다며 그룹에게 이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10대 팬들으 극성은 기성세대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다.

그러나 이제 '팬덤(열성 팬의식)'은 부정할 수 없는 10대의 생활 스타일이 되었다. 팬클럽 문화의 현실과 매커니즘등을 3회에 걸쳐 긴급진단한다.

연말 가요대상 시사식이 끝난후 신문사로 메일이 왔다. 모방송사의 가요상 시상식의 심사위원이 A그룹으로부터 '잘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으나 양심에 걸려 고백을 했다는 내용이다.

관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B가수가 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을 보복하기 위해 열성팬이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빠순이들의 짓이다."

'빠순이'. 경박하게만 느껴지는 이 말은 극렬한 팬클럽 회원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여성 팬을 비하해서 쓰인다. '오빠부대'의 변형이다. '빠순이'들의 행동은 극렬하다.

'누군와 사귄다'는 식의 루머를 퍼뜨리거나 인터넷에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중고 여학생들로 서태지,H.O.T, god,조성모, 유승준 신화등 남성가수들에게 집중돼 있다.

여 가수중에서는 핑클이 가장 많은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다. H.O.T의 경우 공식회원만 8만명에 이르는 가장 강력한 팬클럽를 자랑한다. "한 반의 20~30명은 팬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게 공개방송 현장에서 만난 여중생의 말이다.

일부 팬클럽은 주로 가수의 집 앞에서 밤샘을 하며 기다리거나 행사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간혹 수업도 빼먹는다.

그러나 "오빠들 얼굴 한번만"이라는 소망으로 피곤한줄 모른다. 이것은 '빠순이'들의 일상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붙기 시작한 팬클럽 문화는 이제 좀 더 조직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god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사이더스가 회원들에게 공지시키기 위해 사이트를 열어놓을 경우 한 건당 1,000여건으 메일이 폭주한다. 주로 칭찬 일색이지만 '왜 자주 의상을 바꾸지 않느냐'는 등의 그룹 이미지와 관련된 '충고'도 많다.

순위프로그램에서 경쟁 상대에게 1위를 빼앗기게되면, 기획사와 방송사의 친소관계를 점쳐 "모방송사가 어느 기획사와 친해 우리 오빠들이 탈락한 것" 등의 해설기사를 올리기도 하고, 방송사에 항의문을 띄운다.

최근에는 god 팬과 H.O.T팬 사이에 홈페이지 해킹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바람직한 '팬덤' 형태는 아니다.

물론 다른 움직임도 있다. '서태지문화사랑회'에 따르면 이들은 서태지 음반을 해외 웹진 평론가들에게 보내 DFTNCo.1-4'라는 웹진에서 정식 리뷰를 따내기에 이르렀다. 서태지의 '세계진출'을 팬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서태지 은퇴후 '서태지기념사업회'를 통해 꾸준히 '조직력'을 갖춰온 서태지 팬클럽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팬클럽 관리자는 "H.O.T 팬이 H.O.T가 최고'를 외친다면 서태지 팬은 '서태지가 최고다.왜냐하면...'이라고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차이"라고 말한다.

기존언론과 달리 새로운 시각으로 뉴스를 전달하겠다며 서태지 팬에 대해서도 당당히 비판적으로 기사를 싣고 있는 인터넷 신문 '태지일보'역시 이런 평가에 기여하고 있다.

god팬은 불법음반 추방을 위해 가짜를 발견하면 기획사에 신고를 하고, 마약사건으로 구속됐던 '드렁큰 타이거'의 팬은 서정권의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각계에 보내고, '업타운'의 팬들은 '한번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해체한 젝스키스 팬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팬클럽 회원들이 작사 작곡 연주는 물론 제작비까지 도맡아 4곡이 담긴 음반을 만들어 회원끼리 나누어 가진 것이다.

그저 가수를 좋아하는 집단으로 '팬클럽'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이제 팬클럽은 아티스트, 기획자, 매스컴에 이어 연예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주요한 파워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빠순이'적 형태를 가수 사랑의 표현으로 알고 있는 팬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진정한 팬클럽의 면모를 찾는 일이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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