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민을 3개월째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광우병 파동으로 담당 장관 2명이 사퇴하는 등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권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그 동안 광우병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비난을 받아온 안드레아 피셔(40ㆍ여) 보건장관과 칼- 하인츠 풍케(54) 농업장관은 9일 잘못을 인정하고 슈뢰더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피셔 장관은 독일인이 가장 즐겨먹는 소시지의 광우병 감염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도 공표하지 않은 의혹을 사왔다. 풍케 장관은 광우병 전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동물성 사료의 유통을 방치하는 등 늑장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우병 문제로 유럽에서 장관이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1월말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처음 발견된 이래 10여건의 감염사례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나라 전체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광우병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소시지에 이어 유제품까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고 육류 소비가 70% 이상 급감했다.
이 같은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잇단 정책적 오류와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슈뢰더 내각을 뿌리 채 흔들었다.
1998년 10월 출범한 슈뢰더 정권은 집권 초기 사민당내 정적이던 오스카 라퐁텐 전 재무장관을 경질한 후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 각료 14명 중 이번에 사임한 2명을 포함해 7명이 여론의 사임압력에 직면하는 위기다.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부터 열화우라늄탄에 대한 위험성을 통보받고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혹으로,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1970년대 학생운동 시절 폭력행위 전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군용기를 사적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고, 발터 리스터 노동장관은 무리한 연금정책으로 노조와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독일 언론은 연이은 대형사건에 대해 정부 내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슈뢰더 총리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 같은 위기가 사민당-녹색당 연립 정권의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있어 슈뢰더 총리가 올 여름 의회 휴회 전에 대대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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