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책을 모아요.'고려대 앞 사회과학서점인 '장백서원'은 시대를 20년전으로 되돌린 듯하다. 1980~90년대 초반까지 대학생들의 '교과서'노릇을 했던 사회과학 서적들, 소위 '빨간 책'들이 먼지를 털고 다시 서가 전면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
장백서원이 '빨간 책' 모으기 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말. 절판돼 구하기 힘든 사회과학 서적들을 모아 자료화하고 그것을 통해 80년대 이후 치열했던 인문사회과학의 역사와 현실을 되돌아본다는 계획을 세운 것.
광주 등 지방에서 책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라는 말과 함께 책을 기증한 사람도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도 책장에서 먼지가 쌓여 있던 책들을 거둬 보내왔다. 지금까지 기증받은 책은 모두 500여권. 앞으로 1,000권을 채울 계획이다.
김용운(36) 사장은 "지난해 연세대 앞 '오늘의 책들'을 비롯, 경영난이 심화한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들이 속속 문을 닫아 지금은 6개로 줄어들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신입생 때부터 취업에 매달려 우리 사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기회를 잃은 요즘 대학생들에게 예전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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