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는 군의 생명이어야 한다. 군이 다른 조직과 차별화하는 이유는 엄격한 규율아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고 있는 점 일 것이다.국토방위라는 가장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의 기강이 해이해 있다면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요, 재앙이다. 특히 반세기 동안 적대적 관계에 있던 남과 북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와 교류를 통한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군은 더욱 스스로의 기강을 가다듬어 임무수행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8일 전방의 한 육군 사단장이 부하 여군장교를 성 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 당한 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사실이라면 군의 명예와 군기를 송두리째 짓밟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해 6월 모 동원사단장의 부하 부인 성 추행 사건을 계기로 '성적 군기문란 사고 방지지침'까지 마련돼 가동되고 있는 시점이라 충격이 더 크다.
성 추행이나 성 희롱 문제는 비단 군대 내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우리사회는 여성에 대한 이런 잦은 성 희롱 등을 방지하기 위해 1999년부터 남녀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는 등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적 장치를 갖춘다고 해도 일반인들의 의식이 깨어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가장 기율이 엄격해야 할 군 병영 내에서 조차 이런 시비가 남아 있다는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아직도 군이 성 추행이나 성 희롱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마저 든다. 계급으로 통제되는 군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이런 유의 사건이 생길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여군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군 당국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본다.
군 내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대개의 경우 '쉬쉬'하면서 당사자를 격리하는 선에서 무마하려 한다고 들린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
사건을 공개적으로 처리해 유사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군대가 민주적인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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