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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지금은 금리인하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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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지금은 금리인하 때 아니다

입력
200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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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콜금리가 인하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다.최근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된 후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였고 우리 나라의 주식과 채권가격도 급등한 것을 보면 일리가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금리를 인하해서 주식시장이 다시 활성화할 수 있고 경기급랭도 막을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콜금리를 인하해야 할 지 여부는 경기급랭을 무엇으로 보는가와 금리인하의 효과가 어떠할 것으로 생각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작년의 절반정도인 5% 내외에 그칠 것이며 특히 상반기 중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률 5%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러한 정도의 경제성장률이 구조조정을 뒷전으로 미루고 경기부양을 생각해야할 정도의 성장률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섣부른 경기부양에 의해 퇴출되어야 할 기업들이 계속 살아남아 금융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자금경색이 계속되는 등 경제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고 구조조정 의지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생에 부침이 있듯이 경기에도 좋고 나쁨이 있기 마련이며 정책에도 우선 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하강하는 경기를 억지로 붙들어 매려하면 할수록 더 깊은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하물며 그 방법이 옳지 못한 경우 결과가 어떠할 것인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할 지 염려할 때이지 경기부양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

설혹 경기급랭이 염려되므로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하해도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콜금리에 해당하는 것이 미국의 경우는 연방기금금리이다. 현재 우리의 콜금리 수준은 5.3% 정도로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6%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콜금리를 낮춘다면 얼마나 낮출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콜금리를 낮출 때 시장금리는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예를 들어 시장금리가 현재보다 1% 포인트 낮아진다면 당장에 은행예금을 찾아 증권에 투자할 용의가 있는가.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침체되어 있는 이유는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경제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경제불안의 원인은 그대로 남겨둔 채 금리만 낮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이 곪아 열이 나는데 얼음찜질만 계속한다고 해서 곪은 것이 낫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원인을 치유해야 한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키는 근본 이유는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의 구조조정에 의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졌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당장은 힘들지만 정해진 구조조정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모두가 살기 좋아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해진 구조조정 일정이 제대로 지켜질 지에 대한 확신은 더더욱 없다.

구조조정이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될 것이며 구조조정에 의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더욱 많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주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이다.

지금 당장 금리 인하를 하면 경기부양의 효과는 대단히 제약적인 반면 구조조정의 지연과 물가상승에 대한 염려는 매우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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