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청와대-민주당-검찰을 '안기부 선거자금 명단'의 언론 유출 배후로 지목했다. "청와대가 각본을 짜고 민주당과 검찰이 공모해 벌인 야당 죽이기 음모"라는 것이었다.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9일 "검찰의 모든 수사내용이 낱낱이 청와대와 민주당에 보고되고, 이곳으로부터 수사에 관한 지휘ㆍ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여권은 비열하고 악랄한 야당파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권 대변인은 이와 함께 "이한동(李漢東) 총리,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 김종호(金宗鎬) 자민련 총재권한대행, 서정화(徐廷華) 민주당 전 의원 등 한나라당을 탈당한 인사들의 이름이 누락돼 있다는 사실은 명단이 악질적으로 조작됐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직접 겨냥한 공격도 있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 부대변인은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의 느닷없는 기자회견, 김중권 대표의 강성기조 회귀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김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김 대통령은 DJP공조 복원 후 아예 야당을 죽이기로 작심했는가"라고 비난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유사한 내용의 보도가 언론에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자금이 신한국당으로 유입된 게 사실이라고 해도 실정법상 돈을 받은 의원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데다, 강삼재(姜三載) 부총재의 검찰 소환 불응으로 한계에 봉착한 여권이 야당을 흠집내기 위해 사용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명단 내용 중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에 관해선 두가지 해석이 있었다. 하나는 "야당의 반박을 의식, 검찰자료가 아닌 양 위장하는 악랄하고도 교활한 수법"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안기부에 비치돼 있던 명단이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로 넘어갔고, 이것이 검찰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유출된 1차 자료인데다, 언론에 흘리는 마지막 과정에서 다시 손질이 가해지는 바람에 생긴 이중의 허점"이란 시각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