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3년 1월10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됐다. 팔링턴 스트리트와 비셥스 로드의 패딩턴을 잇는 6㎞ 구간의 이 첫 지하철은 증기 기관차로 운행됐다. 전기 철도 방식이 도입된 것은 1890년에 들어서다.유럽 대륙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이 들어선 도시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1896)다. 뒤이어 189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빈에, 1900년에는 프랑스의 파리에 그리고 1902년과 1906년에는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차례로 지하철이 들어섰다. 미국에서는 1901년 보스턴에 첫 지하철이 생겼고, 뉴욕의 지하철은 1904년에 개통됐다.
한국의 첫 지하철은 서울시 1호선 서울역-청량리 7.8㎞ 구간으로, 1971년에 착공해 1974년 8월 15일 개통했다.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던 서울 국립극장 단상에서 당시의 대통령 부인 육영수가 재일교포 문세광에게 저격 당한 날이었다.
지하철은 사람의 생활 공간을 땅속으로 넓혔다. 서울 2호선의 시청역에서 을지로 입구역과 을지로 3가역을 거쳐 을지로 4가역까지는 지하 철도로만이 아니라 지하 통로로도 연결돼 있다. 그 기다란 땅속길을 걷다 보면, 문득 고대 비밀 교단(敎團)의 지하 생활자라도 된 느낌이다.
지난해 파리에 들렀을 때 그 도시의 4호선 전동차 안에 붙어 있던 짧은 시가 생각난다.
"그는 이 사막에서 너무 외로워/ 이따금 뒤로 걸었다/ 자기 앞에서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 이 시는 파리 지하철 공사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시들 가운데 뽑힌 것이다.
이 아마추어 시인의 빼어난 시는 메마른 도시의 단절된 개인들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썩 어울려 보였다. 그 글자들 너머로, 주체할 수 없는 도회적(都會的) 고독 속에서 파르르 떠는 한 가녀린 몸이 보였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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