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계열분리 예정이던 인천제철과 현대강관의 지분을 대거 매입,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설비확장에 나서자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정 회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인천제철 지분 300만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을 4.69%에서 7.16%로 높였으며 현대차의 인천제철 지분 4.7%를 합해 우호지분 11.86%로 산업은행(11.6%)을 제치고 인천제철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기아차가 지난달말 현대강관의 2대 주주였던 오테마치펀드의 지분 11.2%를 인수, 현대차 그룹의 현대강관 지분율도 46.7%에서 58.9%로 높아졌다.
정 회장은 또 조카인 정일선(작고한 동생 정몽우씨의 장남) 이사를 지난달 인천제철 상무로 승진시킨 뒤 인천제철이 인수한 삼미특수강 서울소장으로 임명하고 셋째 사위인 현대강관 신성재 해외영업담당 이사를 승진시키는 등 철강계열사에 대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보다 관심은 "정 회장의 '철강 드라이브'배경에 현대강관에 대한 포철의 핫코일 공급중단을 둘러싼 포철 유상부 회장과의 '자존심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
현대차는 현대강관 율촌공장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설비를 연산 180만대로 확장하고 지난해 포철에 냉연강판 재료인 핫코일 공급을 요청했지만 포철은 냉연업계 구조조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 2위 철강업체인 가와사키 제철과 제휴해 핫코일을 포철보다 싼 값에 공급받고 있다.
정 회장과 유 회장은 지난해 11월 철강업계 구조조정과 냉연강판 공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유 회장이 "국내 냉연설비가 공급과잉인 만큼 현대강관이 냉연강판쪽에 진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 감정의 골만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가뜩이나 냉연설비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혼탁한 상황에서 포철-현대차의 싸움으로 더 어렵게 됐다"며 정부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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