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전 재정경제부장관이 '우드로 윌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6일 재경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한 중간 간부는 "민망해서 축하 전화도 못하겠다. 이제 곧 청문회에 나가 몰매를 맞을텐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드로 윌슨상은 미국 최고권위의 공공연구기관인 '우드로 윌슨 센터'가 매년 탁월한 업적을 남긴 공공분야 인사에게 주는, 공무원에겐 가장 영예스런 상. 더구나 이 전 장관의 수상은 외국인으론 처음이라 한결 값져 보인다.
윌슨 센터는 이 전 장관의 선정이유를 "구조개혁을 주도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을 아시아 경제개혁 및 경제회생의 귀감이 되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의 찬사에도 불구, 정작 국내에서 그는 지금 '죄인'처럼 되어있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미뤄 부실을 더 키운 것도, 몰아치기식 구조조정으로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경기관리를 잘못해 실물경제가 곤두박질치게 된 것도 모두 그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분위기다. 곧 열릴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 '정치적 단죄'까지 받아야 할 형편이다.
'구조개혁의 해결사'가 1년도 못돼 '개혁실패의 책임자'가 되고, 나라밖에선 '환란극복의 주역'이 나라안에선 '경제난의 윈인 제공자'가 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 경제여건이 좋다고 명백한 과오까지 묵과해서도 안되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졌다고 객관적 성과까지 매도해서도 안 될 일이다.
'속죄양'을 찾고 싶은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눈만 흐리게 할 뿐 경제발전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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