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실시될 예정이던 '1학기 수시모집' 이 첫해부터 갈팡질팡하고 있다.교육부측이 일선 고교의 반발을 이유로 "선발인원을 최소화하거나 뽑지말 것"을 종용하고 있는 데다, 각 대학이 '학생부 위주 선발'에 부담을 느끼며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월 모집시한을 앞두고 대부분 대학이 1학기 수시모집 실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교2학년 학생들은 전년도 '수능 성적 인플레'에 이어 출발부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들은 눈치작전 중
7일 일선대학들에 따르면 올 1학기 수시모집 실시 방침을 확정한 대학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등 몇몇 대학에 지나지 않는다. 연세대는 1학기 수시모집을 통해 전체 정원의 10%를 선발할 방침이고 성균관대는 5%를 '학생부 우수자 전형' 등으로 뽑는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반면 서울대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1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이고 포항공대도 올 1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하지 않는다. 고려대의 경우 당초 1학기 수시모집을 통해 5%를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방침을 바꿔 실시여부를 재검토중이다.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등 대부분 대학들은 아직 실시여부에 대한 언급없이 타대학 동향을 살피고 있다.
▲뽑으라고 할때는 언제고
대학들이 망설이고 있는 것은 일선고교들이 '학교수업 파행' 등의 이유로 반발하면서 교육부측이 뒤늦게 1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학기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을 전혀 반영할 수 없고 학생부나 면접 등으로만 선발해야 하는 점이 실시를 망설이게 한다.
서울 모대학 입학처장은 "최근 대학 입학처장 모임에서 교육부측이 '1학기 수시모집은 실시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10%까지 허용한다고 모집계획을 발표할때는 언제고 이제서 실시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 모두 속내는 1학기 수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몇몇 대학이 하게되면 뽑는 시늉이라도 내야하는 실정"이라며 "수능성적을 반영할 수 없어 2학년까지의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고교는 대혼란
대학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진학지도교사들은 더 큰 고민에 빠져들었다.
서울 K고 이모교사는 "고교들은 추천기준 등을 손질해야 하는데도 대학들의 전형요강이 확정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며 "고교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고 선발 방식에도 문제점이 많은데도 검토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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