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컨소시엄측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수개월간 진행돼 온 두 은행간 합병 협상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7일 "칼라일 측이 최근 '하나은행과 합병을 검토해봤지만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을 한미은행 경영진에게 전달했으며, 하나은행에도 이 같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칼라일측은 합병을 할 경우 비용절감 효과는 있지만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없어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은 독자생존을 모색하거나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은 이를 위해 카드사업 부문을 독립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은행측은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신동혁(申東爀) 한미은행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합병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도 "지난해 연말까지 시한을 주고 기다려봤지만 뚜렷한 답변이 없는 만큼 새로운 합병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칼라일 측이 합병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합병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한미은행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하나은행 외에 마땅한 합병 파트너도 없는 상태"라며 "하나은행과의 합병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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