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정한 지역문화의 해다.문화부는 올 문화예산 1조 404억원 중 문화 향수권 확대에 200억원, 지역문화활동 강화와 전통문화 보존에 166억원, 지역 박물관 등 문화시설 건립에 491억원을 배정하는 등 지역문화 활성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01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중한)도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의 문화 향수권을 높이기 위한 10대 기획사업을 발표했다.
외양만 봐서는 지역문화의 미래는 밝다. 무용과 연극의 지방공연 비율이 이미 1998년에 서울공연 비율을 앞지르는 등 문화예술활동의 서울 편중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부산 국제영화제, 춘천 인형극제, 이천 도자기 축제 등 몇몇 지역축제는 주목 받는 국민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2개 기초자치단체 역시 저마다 지역문화를 개발ㆍ육성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시ㆍ군 지역 문예회관 연평균 가동률은 50%가 안 되고 그것도 결혼식이나 민방위 훈련을 빼면 30% 대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축제 역시 돈벌이용 관광상품으로서 성격이 강하다. 1999년의 경우 전국 350여 개 지역 도서관의 연간 도서구입비는 200억원에 못 미쳤고 대부분은 신문이나 잡지 구입에 사용됐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도정일 공동대표는 "지역주민의 가장 창조적인 문화활동은 독서인데도 정부는 가시적인 축제와 요란한 이벤트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며 "국민이 돈이 없어도 지역 도서관에 가면 마음 놓고 책을 볼 수 있는 문화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의 폐쇄성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밥그릇 지키기'차원에서 거부해서는 성숙한 지역문화 개발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산 국제영화제나 춘천 인형극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도 해당 지역이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결과였다.
이밖에 문예회관과 문화의 집, 공연장, 박물관 등 각 지역 문화공간에 위탁경영 등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거나, 지역출신 문인이나 예술인의 기념비 건립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도 시급하다.
각 지역 역사ㆍ지리ㆍ생태 전문가가 참여해 지역 고유의 특성을 상품화하는 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이흥재 연구실장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와 다른 지역의 문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문화 협동'작전이 필요하다"며 "지역 문화예술재단 설립을 위한 재정지원을 통해 각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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