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유명해졌다. '몸'에 대한 문화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단 한편의 영화에 출연하여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가 있다. 지난해 영화 '미인' 의 주연을 맡았던 이지현(22)이다. "몸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연기자가 내보여야 할 자기 자신" 이라는 이지현은 '미인' 에서 전라의 베드 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그가 10일부터 방송되는 SBS 수목 드라마 '순자' 의 주연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나타낸다.
'순자' 는 시골출신 젊은 여성이 가출해 순수한 영혼과 사랑을 버리고 몸을 팔아 연예계의 스타 배우로 부상한 뒤 숨긴 과거가 탈로나 결국에 파멸하는 내용을 그린다.
"요즘의 유명세와 이번 드라마의 주연이 믿어지지 않는다" 는 이지현은 상당 부분 '순자' 라는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했다. 여고 졸업 후 연예인이 되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한 점은 유사하고 연예계 실력자와 갑부에게 몸을 주면서까지 톱 스타까지 오르는 점은 다르다고 했다.
'순자' 의 촬영은 영하 10도의 날씨 속에 용인 민속촌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장에서 만난 이지현은 베드 신에 대한 질문에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을 한다.
"이번 드라마에도 누드 신이 있는데 당당하게 연기할 겁니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1년을 다니다가 휴학중인 1999년에 공연한 전라 장면이 나오는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 와 지난해 영화 '미인' 출연이 연기 경력의 전부인 셈이다. 그는 "나는 아직 연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인정하듯 그의 섹시한 몸매만 호기심 어린 관객들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을 뿐, 연기는 아직 탄탄해 보이지 않는다. "탤런트 백수련 선배에게 연기 사사를 하고 있으며 대본을 수없이 읽는 등 대사 훈련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는 긴 세월 무명으로 지내면서 연기력을 다져 주연급 연기자로 성장하기 보다는 충격적인 섹스 신으로 단번에 주연 자리에 오른 연기자이다. 이점에서 그는 '거짓말' 의 김태연,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의 정선경과 맥을 같이한다.
'미인' 을 보고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졌다는 이지현은 "드라마에서는 그런 아쉬운 부분들이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 함께 출연하는 윤여정 양택조 정애리 선배 등에게 연기의 순발력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고 했다.
촌스러움과 여성적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구본근PD의 지적처럼 그는 자연스러운 외모에 여성적 매력이 넘쳐난다. "가슴이 커 중고교 때 컴플렉스가 많았어요. 이제는 큰 가슴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요." 그가 '순자' 에서 혼이 깃든 연기를 보여 진정한 스타로 부상할지 아니면 몸매만을 보여줘 신인급으로만 머물지 주목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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