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북미 인디언 부족사회에 '포트라치(potlach)'라는 독특한 관습이 있었다. 특정일에 모든 주민들이 모여 모피와 귀금속 등 제각기 간직하고 있던 잉여 재산들을 자발적으로 파괴하거나 이웃에 나눠주는 사회 의식(儀式)이다. 이 때 내놓는 물건이 많을수록 추앙을 받기 때문에 주민들간에 경쟁적이었다 한다.포트라치는 풍요를 상징하는 제전의 성격이 짙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했다.
■이에 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지적한 대목도 음미할 만 하다.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귀한 재화를 스스로 불태우거나 바다에 내던져 버렸다.
" 포트라치는 한편으로 수렵시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진 자의 의무)'였던 셈이다. 인디언의 땅을 물려받은 미국에선 오늘날 부자들의 기부문화로 포트라치 정신이 맥동한다
■ "많은 돈을 남기고 가는 죽음은 치욕적인 삶"이라며 이를 먼저 실천한 철강왕 카네기.
뒤이어 석유왕 록펠러, 금융왕 소로스, 언론왕 터너 등으로 면면히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세계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가 역시 세계 최대의 자선 기부자로 나서게 된 것도 이런 전통의 물려받음이다.
그리고 그런 전통은 가진 자의 의무를 끊임없이 일깨우는 부자들의 가정교육에서부터 살아나고 있다.
■며칠 전 국내 유명 벤처기업인이 경영에서 물러나며 500억원 대의 개인재산을 사회봉사 활동에 쓰겠다고 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시민들의 반응이 삐딱하다.
"무슨 속셈이지?"하는 투다.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과거 재벌들의 비슷한 속임수를 많이 보아온 탓이다. "그 많은 돈을 은행에 쳐박아 두는 것이야말로 자네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이라네.
"게이츠로 하여금 자선의 마음을 열게 했다는 선배기업인의 이런 충고가 우리 부자사회에서도 스스럼없이 오가는 날은 언제쯤일까.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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