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국가예산 선거자금 전용 보도 직후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과 황명수(黃明秀) 전 의원을 전격 소환, 구속시키는 등 급류를 탔던 검찰 수사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김 전 차장이 안기부 예산 940억원을 1996년 4ㆍ11총선 당시 신한국당에 지원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중 한 명인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의 8일 소환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수사일정 및 전열 재정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의원이 당시 신한국당의 선거자금 관리와 분배를 주도, 안기부와 신한국당간 커넥션 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강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한국당 지도부는 물론, 안기부_신한국당 커넥션을 연출한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진전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 전 차장이 "안기부 예산 집행에 하자가 있었다면 전적인 책임은 내게 있다"며 입을 닫은 점도 검찰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장이 윗선으로의 수사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덮어쓰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전 김 전 차장이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및 당시 권력 핵심 인사들과 수시 접촉하며 대책회의를 가진 정황과 안기부 예산 전용이 권 전 부장이나 권력 핵심의 지시 내지는 묵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된 김 전 차장을 상대로 신한국당 자금 지원을 지시한 배후 인물과 공모한 신한국당 지도부가 누군인지 집중 추궁하는 동시에 신한국당 지도부 소환을 압박해 가는 양동작전을 펼 공산이 크다.
강 의원에 대해 8일 오후 3시까지 출두토록 재차 소환 통보한 것도 출두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사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압박용이자 명분 축적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신한국당 재정국 관계자와 강 의원이 당 비자금 200억원을 예치하는 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준 이재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소환 조사키로 한 것도 강 의원 등 당시 신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카드의 하나로 보인다.
검찰은 형 집행정지중인 권 전 부장의 소환을 앞당겨 안기부 예산 전용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당시 권력 핵심과 사전 조율했는지 등을 우선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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