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시각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에 앞장서온 한 원로성우가 자신의 시신을 의학연구용으로 병원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1년간 앓아온 폐암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5일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성우 이영달(본명 이승조)씨. 그의 시신은 8일 서울 고척동 천주교회에서 미사를 마친 후 선산이 아닌 강남성모병원으로 다시 운구된다. 시신을 의학연구에 바치겠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서다.
병세가 악화된 지난 주 자신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이씨는 부인에게 자신의 시신을 의학연구를 위해 바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프기전 남을 돕는 데서 기쁨을 찾았던 이씨의 간절한 '마지막' 소원을 가족들도 눈물을 삼키며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65년 MBC성우 2기로 입사한 이씨는 다양한 목소리 연기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80년대 초반 TV 만화시리즈 '뽀빠이'에서 뽀빠이와 앙숙인 악당 브루투스의 목소리로 친숙해진 그는 텁텁하고 구수한 목소리로 주로 노인역을 맡았다.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지난 90년 '한국방송대상' 남자 성우상을 받았으며, 92, 93년에는 한국성우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바쁜 생활속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헌신적으로 나서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지난 83년 시각장애인의 귀중한 정보매체로 자리잡은 '소리잡지'의 창간작업에 참여했고 이후 병을 앓기 전까지 이 잡지의 녹음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또 동료성우들을 맹인도서를 녹음하는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도록 이끌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맹인도서 낭독법을 지도해 600명의 자원봉사자를 길러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톨릭 맹인선교회,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 서울맹학교, 한국점자도서관, 부산점자도서관 등 여러 맹인관련 단체및 기관과 함께 앞을 못보는 이들을 돕는 활동을 벌였다.
성우 김기현씨는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같이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며 "저 세상에 있는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우리 동료 성우들이 열심히 그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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