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최근 분란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5일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섰다.수습책의 핵심은 DJP 공조복원의 공식 선언이었다.JP는 4ㆍ13 총선 직전 공조를 깬 뒤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었다.
"나라가 어려우니 정권탄생에 기여한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인 이유를 달았지만 일각에서는 여권의 '반(反) 이회창 연대' 구상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JP가 자못 비장하게 선언한 양당 공조복원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한 다분히 준비된 원색적인 비난과 맞물려 그의 향후 정국구상을 엿보게 한다.
현 정권의 남은 임기동안은 물론 2년 뒤 대선에서도 협력, 정권재창출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JP의 측근들도 "JP는 이제 이회창 총재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도 없다"며 "적어도 우리가 DJP 공조를 깰 가능성은 없다"고 확인했다.
특히 잇단 악재로 절대적 수세에 처해있던 여권으로서는 정국 운영에 숨통을 틔울 계기가 마련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합당보다 훨씬 좋은 정치적 성과"라며 "DJP공조를 축으로 정치권에 '반(反) 이회창 연대'를 끌어낼 계기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한 원내 과반수가 확보된 것은 아니나 국회운영이 한결 쉬워졌다"며 "적어도 지난해 검찰 탄핵안 파동 같은 사태는 없을 것 아니냐"고 반색했다. JP 본인도 이날 "모든 정치인들은 선택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이회창 연대'에 능동적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예상한 구도이긴 하지만 전과 달리 2여를 상대해야 하는 다소 벅찬 상황이 됐다.
검찰탄핵안 파동 등 2여의 틈새를 활용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 탓이다. 특히 이 총재는 자신을 '정치적 적'으로 규정한 JP의 비난공세를 차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JP 근거지인 충청 민심도 신경 써야 한다.
JP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세상을 어지럽힌다" "자기만 살자는 게 상생이냐" 는 등 이 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JP의 '작심'은 한 때 '고향선배이자 인생선배'라며 접근한 이 총재가 사실은 자신을 고사(枯死)시키려 했다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자민련 반발 소장파 입당식도 불참
자민련의 분란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직접 나서 '공동정권 책임론'을 강조한 5일에도 여진이 계속됐다. 강창희(姜昌熙) 부총재는 이날 아침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 JP와의 불편한 만남을 피했다.
강 부총재에 대한 제명결정에 반발해 온 정우택(鄭宇澤) 이완구(李完九)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은 민주당에서 이적해 온 세 의원의 입당식에 불참했다.
JP가 이날 강 부총재에 대한 당 차원의 제명결정에 대해 "당의 공식결정을 존중하겠다"며 수용의사를 분명히 하자 이재선(李在善) 정우택 정진석 의원 등 3명은 급히 JP와의 면담을 요청, 강 부총재의 구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JP는 소장파 의원들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별다른 말이 없었고, 세 의원은 강 부총재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제주도로 떠났다.
정진석 의원은 "1석이 아쉬운 마당에 기왕에 있는 사람을 발로 차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며 "제명결정은 부당한 만큼 명예총재가 강 부총재를 감싸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의원도 "지도부가 감정적으로 성급히 제명결정을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로 반드시 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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