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 "몰랐기엔 큰돈"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안기부 자금의 신 한국당 지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함으로써 영수회담의 냉랭한 결말 후 극한대치로 치닫고 있는 경색분위기의 농도를 더했다.
김 대표는 "선대위의장이 자금 흐름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이 총재의 연루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4일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던 것에서 앞으로 나간 발언이다.
김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 주변에서는 성역없는 수사에 대한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과 함께 영수회담 결렬 후 대대적인 대야 공세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 '이적파문'의 수습을 위해 그 동안 야당과의 정면 대응을 피해 왔으나 '화해'의 실마리가 헝클어진 만큼 이제는 강공에 나설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한나라 "與 목표드러내"
한나라당은 5일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이회창 총재의 안기부 자금인지 가능성을 주장한데 대해 "안기부 자금 수사의 최종 목표가 야당 흠집내기였음이 드러났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김 대표는 선거때 외부에서 영입된 선대위 의장(1996년 총선때 이회창 총재의 직위)이 어떤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김 대표가 안기부자금을 수수한 의원명단을 확보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여당과 검찰이 입을 맞추고 있다는 증거로 경악스럽다"며 "김 대표는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김 대표가 김 대통령에게 전달한 '20억원+ 알파' 등 DJ비자금의 실체부터 밝히라며 맞불작전을 폈다. "정치자금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김 대통령이며, 검찰이 먼저 할 일은 묻어둔 DJ비자금의 실체를 밝히라"는 반격이었다.박진용기자 hub@hk.co.kr
■상도동 "정치보복 화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측은 5일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김 전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김대중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김 대통령을 곧바로 겨냥했다.
박 의원은 "김 대통령이 현재 돈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며, 근거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김 전 대통령이 단계적 결심을 거쳐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씨는 정치보복의 화신" "최후의 발악" "부정축재자" 등의 독설을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이 안기부 자금 수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수사의 칼날이 결국 자신을 겨누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김 전 대통령측이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대중 비자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전면전으로 갈지는 미지수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강삼재 "안기부와 무관"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부총재 측은 5일 안기부 자금의 선거자금 전용을 전면 부인했다. 강 부총재 측은 이날 "1996년 총선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당 자금 중 일부를 경남종금에 예치한 사실은 있으나 안기부의 자금 지원은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 부총재 측은 "이번 사건은 여권의 정국 돌파용"이라고 규정한 뒤 "정계개편과 개헌을 관철하기 위해 야권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부총재 측은 이어 "당시 선거자금이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된다면 'DJ+알파' 비자금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부총재 측은 검찰 소환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소환을 공식 통보 받지 못해 입장을 밝힐 처지가 아니다"며 "그러나 당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 정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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