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주식투자로 6,000만원을 날리자 서울 강남 부유층 아이를 유괴했다 법정에 서게 된 이모(31)씨. 이씨는 '주식투자에 눈이 멀어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자신의 참회처럼 용서받을 수 없는 범행을 했지만 재판 중 밝혀진 범행경위 등으로 재판부의 '선처'를 받았다.빈농집안의 자식이던 이씨는 근로장학금과 공사장에서 번 돈으로 고학, 대학을 졸업했다.
학사장교 시절 배운 건축기술로 공기업체에 입사했으나 동료들을 따라 주식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수익이 났으나 1999년 말부터 손해를 거듭, 신혼 전세자금으로 부모가 어렵게 마련해준 3,000만원마저 날렸다.
부모의 돈만은 건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젖어있던 그는 모 기업체의 17세 자녀가 40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지난해 7월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차모(12세)양을 유괴했다.
그의 행적은 여느 유괴범과는 달랐다. 차양을 납치한 이씨는 "돈을 못받게 되더라도 이틀뒤인 14일까지는 돌려 보내겠다"고 차양에게 약속했다. 더운 여름, 차양이 감금돼 있던 차 화물칸에 에어컨 바람이 통하도록 비닐 호스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수차례 돈을 요구하는 전화도 했으나 경찰의 추적으로 돈을 건네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약속대로 14일 밤 차양 집에 전화를 건뒤 자정을 조금 넘겨 차양을 데려다 주었다.
차양 부모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도 했다.
하지만 이씨의 자수는 '돈을 받기 위해 현장에 나타났다 검거됐다'는 식으로 왜곡됐다. 경찰의 실적 부풀리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씨는 재판부에 눈물의 참회서를 써 보냈고, 신혼 3개월째인 아내도 차양의 부모를 찾아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장해창ㆍ張海昌 부장판사)는 최근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혐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약취ㆍ유인죄는 징역10년 이상의 중형선고가 가능하지만, 절반의 법률상 감경과 함께 "유괴 피해자를 안전하게 데려다 준 경우에 해당한다"며 1년을 더 깎아 준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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