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찾아온 고향친구나 친지들에게 고궁 한 곳, 한식당 한 곳, 63빌딩 전망대만 보여주고 나면 더이상 갈 곳이 없어요."한국생활 12년째로 반(半)한국인이 된 세종대 호사카 유우지(保坂祐二ㆍ48ㆍ일문과) 교수의 말이다. 지금에야 "사실 한국의 관광자원은 일본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호사카 교수지만 그도 이런 관광자원을 발견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그것도 방학 때마다 숱하게 발품을 팔며 무작정 돌아다닌 '각고의 노력' 덕택이다. "그렇지만 길어야 한달 이상 체류하기 힘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나처럼 '숨은 관광지 찾기'를 권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영어학원 강사인 미국인 안젤라 클레멘츠(29ㆍ여)씨는 서울의 관광코스를 순회하는 '시티투어버스'에 대한 실망을 털어놓았다. "골백번도 더 들어 알 만큼 아는 남대문, 이태원, 경복궁이나 들르는 버스가 왜 필요한가요."
클레멘츠씨가 정작 해보고 싶었던 것은 황학동 만물시장, 경동 약령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모란시장 등 한국 특유의 전문 재래시장에서 음식 먹기. 지난해 말 혼자 '용감하게' 노량진시장을 찾아갔지만 흥정이나 요리 부탁 방법 등을 몰라 멍청히 구경만 하다 왔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직접 요리하고 싼 값에 회 등을 먹을 수 있는 이 '기막힌' 관광자원을 방치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관광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총체적 부재(不在)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인들로서는 한국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어딘지, 뭘 즐기고 먹어봐야 하는지 제대로 알 턱이 없다. 올해 '한국 방문의 해' 행사도 1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한국방문의해 기획단 행사지원팀 김근수(金根壽ㆍ42)씨는 "각지의 토속 음식축제들을 '코리아 푸드 페스티벌 (Korea Food Festival)'이란 전국적 이벤트로 묶는 등 토속미 짙은 지방축제들을 연계, 하나의 거대한 관광축제를 구상하고 있다"며 "사실 따져보면 한국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나라인데도 홍보, 마케팅, 포장 등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그런 장점들을 사장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서울시티투어 '맞춤관광'
"한국맛 테마별로 보여줍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보여주는가가 관광산업 성패의 관건입니다."
1998년 설립, 지난해 8월부터 '맞춤관광'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관광업계에 힘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관광벤처 ㈜서울시티투어닷컴(www.seoultour.com). 김치관광, 도자기관광, 송이관광, DMZ(비무장지대)관광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문하는 테마별 볼거리ㆍ먹거리ㆍ할거리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해 제공한다.
관광객 개인의 취향은 무시된 채 그저 빡빡한 일정대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더이상 승부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구상된 사업이다. "한국전통의 아름다움을 외국인이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을 제공해 '다시 찾고 싶은 나라''혼자 오기 아까운 나라'라는 강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것이 목표.
이 회사 기획부장 이강선(李康先ㆍ46)씨는 "이미 제대로 '한국맛'을 보고 돌아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소문을 내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며 "알아서 보고 돌아가라'는 식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원을 직접 발굴, 포장해 꼭 보고 싶게 만드는 적극적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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