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의도 방송가에 사극 열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그동안 주로 트렌디 드라마로 경쟁을 벌였던 경향에서 벗어나 올해는 각 사마다 2~3개의 40~50부작의 대형 사극을 준비해 시청자 잡기에 나섰다.방송 3사는 드라마국에서 내로라하는 연출자와 작가를 전면에 내세워 사극을 준비하고 있고 스타급 연기자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
방송 3사가 제작에 들어간 사극은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물 사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해 벌어질 사극 경쟁에서 가장 치열한 대결은 '허준' 의 작가 최완규씨와 이병훈PD가 만드는 MBC의 '상도'와 '모래시계' 의 작가 송지나씨와 김종학PD가 제작하는 SBS '대망' 의 격돌이 될 듯하다.
두 팀 모두 6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으며 이번에 방송할 사극은 양사 창사 특집극으로 조선 후기 상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어 두 팀간의 대결이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방송 예정인 '상도' 는 한국일보에 연재된 최인호씨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것이다.이에 비해 11월쯤 방송될 SBS '대망' 은 조선 후기 난전을 중심으로 상인들간의 시장 장악을 위한 대결을 통해 경제 리더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올해 가장 먼저 선 보일 사극은 2월 5일 시작될 SBS '여인천하'다. '용의 눈물' 등 사극 전문으로 알려진 김재형PD가 연출하는 '여인천하' 는 조선 중종 때 관비의 딸로 태어나 정경부인에 오른 뒤 정치판을 뒤 흔들어 놓은 파란 많은 정난정(?~1563)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박종화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여인천하' 에서 정난정 역은 영화 배우 강수연이 맡았으며 문정왕후 역에는 전인화가, 경빈 박씨 역에는 도지원이 캐스팅됐다.
'아줌마' 후속으로 MBC가 3월부터 방송할 사극은 '풍운'. '동의보감' 등으로 이름을 날린 이재갑PD가 연출할 '풍운' 은 조선 영조에서 정조 때까지 살았던 세도정치가 홍국영을 조명하는 사극이다.
정조를 보위에 오르게 하려는 홍국영(1748~1781)과 왕권찬탈의 음모를 벌이는 정후겸의 갈등이 드라마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4월 4일부터 '천둥소리' 후속으로 '명성황후' 를 내보낼 KBS의 윤흥식 주간은 "명성황후를 뛰어난 정치각감과 국제 정치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여걸로 재조명하고 싶다" 고 설명한다.
그 동안 명성황후(1851~1895)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은 많았다.
KBS는 '명성황후' 를 통해 황후의 정치적인 측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명성황후 역은 물색중이며 명성황후와 권력갈등을 빚는 대원군 역은 '용의 눈물' 로 잘 알려진 유동근이 맡았다. 이밖에 SBS는 '토정비결' 의 저자인 조선시대 학자 이지함(1517~1578)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사극 열풍이 부는 것은 지난해 '허준' 과 '태조 왕건' 의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그동안 연기의 어려움 등으로 출연을 꺼렸던 스타급 탤런트들이 사극에 적극 출연하려는 점도 사극 붐을 조성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사극 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극적 재미를 위해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주내용으로 꾸몄던 것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학자들은 "사극이 픽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전문가들과 제작진이 협력해 드라마의 역사적 사실성을 높여야 한다" 고 주장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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