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투자기관 판공비 공개사업 도중에 해당 공기업에 후원금을 요청, 물의를 빚은 것과 관련해 공기업들로부터는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4일 밝혔다.이석연(李石淵) 사무총장은 이날 "공기업 기관장 판공비 실태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후원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며 "부주의에 의한 것이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판공비 공개 사업이 끝날 때까지 공기업들에 후원금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나 "경실련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원칙하에 건실한 기업으로부터는 계속해서 후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와함께 ▦후원금 상한선을 1,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고 ▦ 후원금 내역을 일반 회원들에게 공개하며 ▦ 소액기부자 확보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편 경실련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1998년부터 공기업이 낸 후원금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98년에는 담배인삼공사(1,000만원)와 주택공사(30만원)가, 99년에는 토지공사(500만원) 한국전력(500만원)이 후원금을 냈다.
이총 "사기업 13곳에도 사전조율 후 공문을 발송, 10군데로부터 100만~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시민단체 재정실태
"비판해야 할 대상에서 돈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투자기관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홈페이지는 4일 시민들의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시민단체들은 도덕적으로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사건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시민 없는 시민운동'과 열악한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실태
경실련 김용환(金容煥) 정책실장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청, "1년 예산이 10억원이나 되지만, 3만5,000여 회원 중 회비회원은 3,000여명(월 3,000여만원)에 불과하다"고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재정상황을 털어놨다.
회원 회비나 자체 재정 사업으로 재정을 충당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시민단체의 현실.
경실련 회비 수입은 1998년 1억9,592만원, 99년 8,254만원, 2000년 11월 현재 3억8,449만원으로 각각 전체 수입의 35%, 10%, 22%에 불과했다.
시민재정(회비+소액기부)이 50%를 넘는 시민단체는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 군소 시민단체들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도덕성이나 신뢰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음에도 기업이나 정부에 손을 벌려 후원금이나 프로젝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시민단체 후원의 밤이 경쟁적으로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있나
시민단체들은 '시민참여의 활성화'(환경운동연합 최열ㆍ崔冽 사무총장)와 '소액 기부 증가를 위한 펀딩(funding) 기법 개발'(경실련 김용환 정책실장)이 살길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월 8,000여만원의 지출액 중 회비가 6,000여만원에 달하는 참여연대(회원 1만2,000명)는 '회원배증(倍增)'운동, 지난해 시민재정 확보율 58%(1억원)을 기록한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재정 80%확보'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徐汪鎭) 사무처장은 "미국은 50%, 일본은 25% 내외의 기부금 소득공제 혜택이 있지만 우리는 기업ㆍ개인 모두 10%정도에 불과해 회원 증가나 소액기부 증가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여기에 기부금품모집법에 의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금활동을 할 수도 없도록 돼 있어 시민단체가 건전한 재정기반을 갖추기가 어렵다"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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