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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진흥 마지막 기회다] (3) 쇼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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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진흥 마지막 기회다] (3) 쇼핑문화

입력
200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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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파우더와 아이섀도, 랑콤의 아이크림, 버버리 재킷, 루이뷔통 가방 ..' 열흘간의 한국관광을 마치고 3일 출국한 필리핀 여대생 아를린 아로요(23)씨의 선물 목록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라곤 달랑 밥통 하나와 반팔 티셔츠 5장으로, 다 합해 10만원도 채 안된다.아로요씨는 "기념품점을 돌아다녀 봤지만 값만 비쌌지 디자인이나 품질이 조악하고 허술해 필리핀 제품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었다"며 "한국 여행중 가장 즐거웠던 것은 난생 처음 눈을 맞아 본 것과 면세점 쇼핑"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여행의 묘미는 쇼핑인데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의 관광객조차 유혹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선진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일주일 관광 예정으로 2일 입국한 일본인 오카와 카즈미(大川和美ㆍ37ㆍ여)씨의 쇼핑백은 더욱 가벼웠다.

백화점에서 산 김 10상자 10만원어치가 서울 쇼핑품목의 전부. 오카와씨는 "살 만한 물건은 김이나 김치, 옷가지 정도"라면서 "한국 전통거리라는 인사동에도 중국, 스페인산들만 넘쳐나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이 대부분 이뤄지는 서울시내 유명 호텔과 면세점 매출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 정도. 그나마 전자제품, 의류 등이 '선전(善戰)'한 덕택이다. 한 유명 면세점 관계자는 "한국을 상징한다는 문화상품과 도자기, 한복 등의 판매액은 차마 밝히기 창피한 수준"이라고 머쓱해했다.

이 때문에 한국관광공사는 3년째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실시, 장려상 이상 입상 업체들에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 입점권을 주는 등 한국관광상품의 가치를 높이기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관광공사 지자체 협력과 김식(金植ㆍ33)과장대리는 "관광ㆍ문화상품 제작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마케팅, 포장, 디자인 등에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지역 특산명품의 판로를 개척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금 문제 등으로 업체들이 매출액 공개를 꺼리는 통에 어떤 상품이 어디에서 잘 팔리는 지 통계를 낼 수 없어 사실 지원계획조차 세우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日 오이타현 '一寸一品'

일본의 오이타(大分)현에는 유명한 온천관광지 벳부(別府)와 함께 '일촌일품(一村一品)'관이 있다. 관광가이드의 강권에 못이겨 가는 상점이 아니라 '그곳에 가면 뭔가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979년 부임한 히라마츠 모리히코(平松守諺·77) 지사가 일본 내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이던 오이타현의 부흥을 위해 마을마다 특산품 개바을 독려해 만들어졌다.

당시 히라마츠 지사가 내건 모토는 '로컬(Local)하게 만들어 글로벌(Global)하게 완성하자'는 것. 주민들이 상품 아이템을 개발하고 현청이 기술개발과 판매망 구축, 시장조사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은 덕에 현재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특산품 270여개를 내놓고 있다.

특히 토속주 '단고지루'와 '사카세키 연근해에서 잡히는 전갱이, 고등어, 도미 등은 미리 예약하지 않고는 사기 힘든 명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오이타현 서울주재관 최병길(最秉吉·43)씨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특산품 개발없이 관광진흥이나 지역경제l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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