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선이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 철학, 종교, 과학, 쾌락은 모두 그 많은 갈래 중의 하나이다.대개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좀 특별한 방식으로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단이나 변태라고도 불리지만 그들이 실존하는, 실체화한 악의 조종을 받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까.
'네임리스(The Nameless)'는 절대적 고통을 통해 어딘가로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명(無名)' 을 지향하는 비밀 종교 집단. 세속의 이름을 버리고 익명성의 집단으로 존재하면서 고통을 통해 그들만의 세상을 창조해가는 이들이다.
시신에 수없는 바늘이 꽂혀 있고, 황산으로 뿌려져 부식됐으며, 치아는 모두 뽑혔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고통이 가해진 것이다. 클라우디아(엠마 빌라라사우)는 그 부패한 시체가 실종된 딸 앙겔라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5년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 나 좀 데려가 줘" 클라우디아는 은퇴한 경찰 마세라(카라 에레잘드)와 함께 딸의 흔적을 추적한다.
나치의 인체실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영국 작가 램시 캠벨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컬트(심령)적 요소가 강하다.
스페인의 자우메 발라게로 감독은 악의 실체를 추적하는 강한 모성을 차분하고도 진지하게 그려낸다. 비장한 도입부에 비해 황당한 결말이 재미를 반감시키는 게 단점이다.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대상 수상작.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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