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인의 이적후 교섭단체 희망에 부풀던 자민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강창희(姜昌熙) 부총재가 "절대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그의 고집을 꺾지 않는 한 교섭단체 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당초 강 부총재의 반발을 '일시적 통과의례'로 받아들였던 지도부도 3일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막후에서 달래고 공개적으로는 격하게 비난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모두 동원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다급해진 지도부는 오전 당무회의에서 "당을 떠나지 않겠다면 교섭단체 등록서류에 서명해야 할 것 아니냐"며 흥분했지만 강 부총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작심한 듯 "오늘 살고 내일 죽는 방법도 있고 영원히 사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며 전날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특히 "탈당도 고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해 4일 기자회견에서 탈당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측근들은 "당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남아서 바로 잡아야지 탈당은 왜 하느냐"며 부인했지만 섣부른 예단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당에 잔류하면서 교섭단체 등록서류에는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명분을 쌓은 뒤 탈당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해석들이 난무했다.
한 당직자는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직접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김 명예총재가 내켜 하지 않는다"며 "교섭단체를 만들려다 오히려 당을 풍비박산내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강 부총재가 당의 거센 저항에 맞서 단독으로 얼마나 버틸 지는 불투명하다. 여론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강 부총재의 손을 들어주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처 반발도 크지만 당 주류 쪽은 한층 험악하다. 이양희(李良熙) 총무는 이날 당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당의 숙원인 교섭단체 등록이 강 부총재 때문에 안되고 있다"며 면전에서 가시돋친 비난발언을 쏟아 냈다.
원외 당무위원들은 기다린 듯 "내일 엉뚱한 소리하지마." "조직원의 도리를 지켜라" 등의 감정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한영수(韓英洙) 부총재 정도가 "강 부총재의 항변을 이해한다"고 거들었지만 그 역시 "이제는 주장을 거둘 때"라고 결론지었다. 한 당직자는 "이런 왕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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