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한국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의원 이적' 파문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이적의 성격과 목적, 향후 파장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확인된 인식의 골은 깊기만 했다.한나라당 이 총재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정치구도를 만들려는 그랜드 디자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인위적 정계개편 시도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을 빼온 것도 아니고 여권 내부의 문제를 갖고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합당이나 정계개편의 필요성이 오히려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가 의원 이적을 '총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정당구도를 바꾸는' 총선 민의의 왜곡이라고 본 반면 김 대표는 '총선 민의는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것 이었는 데 한나라당이 이를 봉쇄해 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민심의 향배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의원 세 명을 꿔 주고 DJP 공조를 복원한다는 식의 정계개편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국민들은 갈팡질팡하는 정치 행태가 바뀌길 원했는데 이 점에서 (이적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일 수 있다"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화를 통한 이른바 'DJP 공조복원'에 대해 이 총재는 "용서 받지 못할 왜곡된 정치 행태"라고 못 박았고 김 대표는 "정국안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적의 '자발성' 대목에서 양쪽의 신경전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 총재는 "자기 의사로 탈당하고 입당하는 것이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이적이 '짜놓은 각본'임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정치안정을 위해 살신성인한 것인데 순수하게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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