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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쇄대담] (2)로버트 라이튼-국제경제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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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쇄대담] (2)로버트 라이튼-국제경제와 한국경제

입력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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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인 로버트 라이튼 박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다소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경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관건은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의 주식시장을 보면 주가가 급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연말에는 단기간에 7%이상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주가의 하락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인지 혹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인지 평가해달라.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경기침체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이 2~2.5%까지 떨어지는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만약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내 생각으로는 불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대선 결과의 불투명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는 않았다. 주식 시장의 경우 주가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2000년 3ㆍ4분기 때 전망했던 것보다 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크게 떨어진 데 있다.

당시 분석가들은 대부분 30%이상의 수익률 상승을 예측했는데 이 같은 전망이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4~5년 전부터 해마다 상장 기업들이 20~25%이상의 수익률 상승을 기록해 왔는데 이는 대단히 기록적인 것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기업들이 이제 수지균형을 맞추려는 시기로 판단한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낮출 경우 기업 수익률도 다시 회복하면서 주가하락추세도 멈출 것이다.

2001년의 경제를 전망해 보면 FRB가 당장 연초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6.5%에서 1999년 6월 수준인 5%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또 잘 알다시피 조지 W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 세금이 대폭 인하될 것이라는 점도 변수다. 바로 이 두 가지 이유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에 성공하게 할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바로 지난 8년간 임기 중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 가장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는데 그가 경제 연착륙에 확신하는 것도 이 때문인가.

"클린턴의 집권 중 경제치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초 클린턴 행정부가 정책적으로 추구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경제가 나아갔는데 의외로 이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원래 정책방향은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는 출발부터 길이 어긋났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후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전보다 더 국채를 줄이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로버트 루빈 당시 재무부 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연방 재정 흑자분을 투자를 늘리는 쪽보다 국채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경제호황이 뒤따랐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부분에 관한 한 무임승차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경제호황은 연방금리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며 경제붐을 조장한 그린스펀 의장의 정확한 판단과 때마침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컴퓨터 등 정보통신산업의 호황에 크게 힘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객관적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클린턴 집권기의 경제성장은 대단한 면모를 보였다.

클린턴이 1992년 집권할 당시 3,000억 달러 정도의 국채가 있었고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였는데 현재 국채도 상당부분 갚았고 재정적자도 완전한 흑자국면으로 전환됐다. 클린턴 집권 후반기 5년동안 GDP가 평균 3% 이상 성장했는데 이는 20년 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이나 되는 고성장이다.

일부 역사가들은 클린턴이 훌륭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유례없는 엄청난 경제호황을 이룩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클린턴은 정말 운이 좋았던 편이라는 말인가.

"물론 클린턴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의 집권동안 경제가 아주 급속도로 발전했고, 두 번째 각종 스캔들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으면서도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정치적으로도 공화당이 실착을 범하는 바람에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1994년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이후 예산안 등을 볼모로 삼아 1995년에 연방 정부의 일부기관이 기능정지(Shutdown)되는 무리수를 두었는데 결국 이 같은 공화당의 시행착오가 겹치면서 국민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게 됐다.

1996년 클린턴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공화당의 이 같은 잘못에서 비롯됐다."

▲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지난 3년간 경제적 위기에 빠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미국이 이 같은 위기에 제대로 대응했다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이슈다. 먼저 무역 측면에서 보면 1995년에 의회의 지원에 힘입어 자유무역정책을 강화했으나 클린턴의 집권 2기 후반기 들어서는 클린턴보다는 앨 고어 부통령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정책이 후퇴했으며 결과적으로는 개발도상국가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국제경제정책과 관련, 경제학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루빈 재무부 장관이 달러강세정책을 추진했다. 경제학자들은 당시 달러가 약세라야만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빈 장관과 뒤를 이은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장관은 당시 인플레 방지와 미국경제에 자신감을 주기위해서는 달러 강세정책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내세워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정책을 고수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볼 때 미국이 IMF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IMF는 여러 학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를 붙여 구제금융을 해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해 금융위기를 겪었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비교적 빨리 제자리를 잡았다.

환율도 제자리를 찾아갔고 금리도 안정추세를 회복했다.

미국과 IMF가 배웠어야 할 교훈 중 하나는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줄여 그에 다른 부작용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야 했고 그로 인해 결국 나라가 더 힘들어졌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미리 준비기간을 주고, 또한 퇴직금도 지불해야 노동자들도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야 이 부분에 눈을 뜨는 것 같다.

미국과 IMF는 특히 단기자본을 너무 자유화하는 바람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들이 해외로부터 단기간에 너무 많은 돈을 빌려갔다. 그래서 예상외로 단기간에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은행들이나 기업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달러 부족에 처함으로써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이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는데 부시 당선자는 IMF를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IMF의 순기능적 측면을 지원해줄지 의문이 간다."

▲ 의사들은 약 한 개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IMF가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감이다. 다만 아시아의 금융위기해결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해 줄 때 철저한 화폐관리정책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율이 급락할 위험이 있다. 두 번째, 단기금융지원을 하되 고금리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지원을 받은 국가들도 무분별한 대출을 자제해서 은행부도를 막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 한국은 3년 전 IMF 체제를 겪었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게 IMF 등의 평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불황조짐이 일고 있는 등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다시 금융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는가.

"우선 그러지 않길 바란다. 한국 경제의 관건은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멀지 않아 회복국면에 돌입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리=윤승용 워싱턴특파원

syyoon@hk.co.kr

■로버트 라이튼 부소장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겸 부설 경제연구소장인 로버트 라이튼(50)박사는 경제문제에 관한한 워싱턴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손꼽힌다. 30여명의 쟁쟁한 경제분야 박사급연구원들과 함께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ABC방송의 '나이트라인'등 주요 언론의 경제 토론에 고정출연하며 예리한 분석력과 탁월한 언변을 과시하고 있다.

와튼스쿨에서 재정학을 전공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역시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불과 27세 때 백악관 경제 자문관으로 일했고 예일대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대통령때 법무부 부차관보를 지냈다.

1995년부터 2년간 대통령 직속 예산관리국(OMB)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재정, 금융, 반독점 및 통상정책등에 관한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최근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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