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경쟁력을 키우느라 새 천년의 처음인 지난해를 전투하듯 보냈다. 다시 새해를 맞는 우리가 기쁨보다 허탈함만 느끼는 것은 무엇때문일까.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물건만의 경쟁력 키우기에만 열중했기 때문은 아닐까. 싸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애용할 수 있도록 섬기는 마음의 문화가 정착됐을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언제부터인가 무한경쟁이란 말이 보편화하면서 우리 일터는 구조조정의 긴장 속에 노사가 서로 맞서는 격전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E비즈니스는 벤처와 함께 지난해 최고의 화두가 됐지만 대형 사기극으로 엉망이 됐고 코스닥은 100조원이 넘는 서민들의 돈을 휴지로 만들었다.
제품경쟁력 세계 1위를 놓치지않는 독일인들은 직업을 매우 신성하게 여긴다. 직업이라는 뜻의 독일어 베루프(Beruf)는 하늘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15년전 독일 유학시절에 장만했던 우리 집의 밀레 세탁기는 아직도 세탁기능이 처음과 다름없어 아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그 유명한 쌍둥이 칼도 여전히 잘 든다. 이런 독일산 제품의 우수성은 그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독일의 장인문화에서 비롯된 경쟁력이다.
6년전 텍사스의대에 연구교수로 갔을 때 그 많은 건물에 경비원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의아했었다.
자세히 보니 모든 건물들이 가운데로 집중돼있고 모니터시스템에 의한 자동문 제어로 단 한 명의 경비원으로도 모든 출입구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생산성 세계 1위를 지키는 미국의 경쟁력 또한 그들이 키워온 실용주의 문화가 꽃피운 결과이다.
얼마 전 충남 아산에 강연을 온 한 환경운동가를 그 지역에서 소문난 어느 한식집에 초대한 일이 있었다. 주로 나물과 해산물로 만들어진 6,000원짜리 한정식을 반찬 하나 남김없이 다 드신 이 환경운동가는 서울 유명음식점의 몇 만원짜리 음식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70이 다 된 이 음식점 주인 할머니는 꼬부라진 허리로 부엌에서 직접 일하신다. 판사의 아내인 딸은 연로하신 어머니를 돕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와 직접 손님 시중을 들고 있다.
음식을 그렇게 싸게 팔아 무슨 장사를 하느냐고 여쭈니 할머니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기쁘다"고 하신다. 극복해야 할 경쟁의 상대는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할머니처럼 노년의 무기력함을 스스로 극복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은 상품을 만들어 이웃에 봉사할 때 최선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이기영 호서대 식품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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