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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설립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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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설립 가시화

입력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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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와 반(反)인도적 범죄 등을 다룰 세계 최초의 상설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등 3국은 지난달 31일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1998년 합의된 로마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모두 139개국으로 늘어났으며 ICC 창설이 이르면 2~3년 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국가 원수 서명을 통한 ICC 가입 마지막 시한인 이날 "미국은 학살과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에 대한 사법 처리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며 ICC가입을 결정했다. 미국의 가입에 따라 당초 가입하지 않겠다던 이스라엘도 이날 서명했다.

ICC 창설은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전쟁범죄 등에 대해 단죄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이 제도화됨을 의미한다. 국제 형사재판소는 지금까지 국제유고전범재판소, 2차 대전후의 독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등 개별적인 사안마다 설치돼 제한적으로 운영돼왔다.

ICC는 또 심각한 범죄나 범죄발생국가의 사법체계가 붕괴됐을 때 어떤 나라의 용의자도 재판정에 세울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반인도적인 범죄에 대한 예방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안보리가 범죄 조사나 처벌을 봉쇄하는 결의를 채택할 수 있어 ICC가 강대국의 이해에 좌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ICC를 반대해왔던 미국이 서명함으로써 ICC 창설의 큰 장애물이 제거됐으나 ICC가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 무엇보다 ICC 조약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조약서명국 중 60개국이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나 현재 27개국만이 비준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조약 발효에 필요한 나머지 33개국이 의회비준을 얻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조약이 발효하더라도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의 의회가 비준하지 않을 경우 ICC는 유명무실할 수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비록 조약에 서명은 했지만 "미국인이 정치적 동기로 인해 사소한 문제로 형사재판소에 기소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경우 상원에 조약 인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와 공화당이 ICC 조약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상원에서의 인준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시 헬름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에 대해 비난하며 상원의 ICC 조약 비준은 물론 ICC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지지 노력도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향후 ICC를 비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나 국제사회의 여론을 고려할 때 조약 당사국 협상과정에서 해외주둔 미군과 정부 관리들이 ICC 관할권에서 제외토록 하는 등 자국에 유리하도록 수정하는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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