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 경제의 활로는 수출에 있지만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수출업종들은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할 형편이다. 이 와중에서 행주, 카지노기기, 가발 등 이색 상품으로 짭짤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힘찬 새해맞이가 우리 경제의 장미빛 미래를 엿보게 한다.■ 실버크리너 '행주와 걸레'
수출로 지난 해 800만달러를 벌었지만 올해는 1,000만달러를 벌어들일 생각입니다."
경기 시흥에 자리잡은 실버크리너(www.microfiber2k.com)는 행주와 걸레 하나로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부들을 사로잡은 토종 기업이다. 실버크리너가 수출하는 걸레는 여성용 나이트가운 등에 사용되는 고급섬유인 초극세사(마이크로화이버)로 만들어 부드럽고 흡수력이 좋은 것이 특징.
권학종(32) 사장은 4년 전 옷감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에서 일하면서 일반 폴리에스테르보다 가볍고 흡수력이 높다는 점에 착안, 마이크로화이버로 행주와 걸레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잘 파는 것'보다는 '잘 만드는 것'을 신조로 했던 권 사장은 1997년 직접 창업을 했고 4개월 만에야 500장의 첫 주문을 받았다. 당시 500장을 주문했던 유럽의 바이어는 지금 한달에 10만장씩을 주문하는 '대고객'이 됐다.
일반 실이 10가닥 정도로 만들어지는데 반해 초극세사는 600가닥으로 이뤄져 밀착도가 높고 세균이 살지 못해 냄새가 없다는 점이 '청결'을 중요시하는 유럽 주부들에게 속속 파고들었다.
권 사장은 "한 장에 6~7달러씩 하는 고급 행주가 유럽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고 말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9개국에 30여개 현지법인을 두고있는 권사장은 "20명 밖에 안되는 젊은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라 더 뜻깊다"며 말했다.
■ 코텍
코텍(www.kotek co.kr)은 지난해 탤런트 오연수ㆍ손지창 부부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박을 터뜨렸던 카지노기기를 제작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슬롯머신이나 릴타입이 주종을 이루던 과거의 카지노기기와는 달리 최근 기기는 다양한 게임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첨단기기인 것이 특징. 코텍은 하드웨어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장착, 전세계 카지노기기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IGT에 99년 초부터 모니터 납품을 시작했다.
이한구(51) 사장은 "1년 내내 켜두어야 하고, 많은 먼지나 높은 습도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화면안정성을 위한 자동보정장치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그 동안 세로닉스와 독점적인 계약을 맺어왔던 IGT가 지난해부터 70%가량을 우리 제품으로 쓰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개장된 정선카지노에 설치된 기기들도 모두 코텍의 제품. 이사장은 "비디오게임이나 놀이동산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있지만 카지노만은 성장추세에 있다"며 "내년에는 볼링장, 의료기기, 어군탐지기 등 개발이 완료된 산업용 모니터의 수출에도 주력, 800억원의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텍은 지난 연말 잔업이며 특근으로 정신 없는 한해를 보낸 120명의 임직원들에게 400%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 미성상사 '가발'
미성상사 미국, 유럽 및 아프리카 등지에 가발을 수출하고 있는 미성상사도 한해 3,000만불의 수출을 기록한 우량 중소업체. 국내에선 가발산업이 사양산업이 되어버렸지만 미성상사는 경쟁사보다 일찍 해외로 진출한 덕택에 현재 세계 흑인가발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재 세계 가발시장의 주고객은 흑인여성으로 미성은 세네갈 주변 토고, 나이지리아, 라고스 등 남아프리카 일대에 있는 34개의 영업점에서 직판, 물류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미국 흑인거주지역에 산재해 있는 한국인 도매상들과의 네트워크도 미성의 주무기다. 해외에 파견된 직원 24명과 국내본사에 있는 20명 등 회사규모는 단촐하지만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일대에서 고용한 4,000여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한달 평균 100만개 가량의 가발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이민협(48) 사장은 "90년대 들어서도 살아남은 업체들은 모두 중국 등 해외로 나간 업체들밖에 없다"며 "높아지는 인건비에 대비해 84년 과감하게 세네갈에 공장을 짓고 영업점을 개설해 제조단가를 낮췄던 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 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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