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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검찰총장 이례적 신년사 / "근거없는 의혹엔 검찰권 행사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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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검찰총장 이례적 신년사 / "근거없는 의혹엔 검찰권 행사않겠다"

입력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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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근거없는 의혹이나 유언비어에 대해 검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해 그 배경과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박순용 검찰총장은 2일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유언비어나 근거없는 의혹까지도 수사하라는 것은 법과 수사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법을 빙자해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검찰은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고 소추하는 기관이며, 국민의 애로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초법적 기관은 아니다"라며 "상당한 사유 없이 성급하게 수사에 착수하거나 객관적 증거가 없는 사안을 기소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못박았다.

오는 5월 2년 임기가 끝나는 박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이같은 원칙을 검찰의 업무방침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 본연의 기본 임무에 충실해달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박 총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해 잇따른 금융비리사건 수사 과정에서 근거없이 부풀려진 각종 의혹 때문에 검찰이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오히려 불신만 증폭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은 "본연의 임무를 제쳐둔 채 떠도는 소문을 뒤쫓느라 검찰권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한 뒤 "검찰이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설사 일부에서 여론을 핑계삼아 납득하기 어려운 비난을 하더라도 결코 괘념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그동안 가슴에 담아뒀던 불만을 완곡하게 쏟아내기도 했다.

박 총장은 또 "지금 우리 사회는 비이성적인 편 가르기와 다수의 힘으로 남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며 "자기의 허물을 반성하지 않고 상대방을 흠집내 반사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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